창단 첫 가을야구,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화두는 뭘까. 다름 아닌 '미래'다. 김경문 감독의 말, 그리고 선수 기용에서 미래를 내다 보는 행보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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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재학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우면서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고려됐다고 말했다. LG전 강세와 최근 상승세의 컨디션, 그리고 팀의 미래임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 '팀의 미래'를 주목해보자. 이재학은 2011년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해 창단 첫 시즌이었던 2012년 퓨처스리그(2군)에서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휩쓸었다. 2군을 평정하고, 1군 무대에 데뷔한 지난해에도 10승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들도 있지만, 국내선수가 큰 무대에서 좋은 모습으로 큰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⅔이닝 5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이재학 개인에게도 큰 경험이 됐을 것이다. 1차전 실패를 통해 남은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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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이재학이 있다면, 타선에는 나성범이 있다. NC를 상징하는 두 젊은 스타들. 연세대 재학 시절 잘 나가는 왼손투수였던 나성범은 NC 입단과 동시에 타자로 전향했다. 이 역시 김경문 감독의 작품. 김 감독의 안목은 탁월했다. 이재학과 마찬가지로 2012년 퓨처스리그서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면서 기대를 모았고, 성공적으로 1군에 데뷔했다.
올해는 나성범의 해였다.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가 됐다. 타율 3할2푼9리 30홈런 101타점으로 타자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타자 전향 3년차, 1군 2년차 시즌에 거둔 쾌거다.
나성범은 이재학과 함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팀에 복귀하자 우익수 전향 소식을 들었다. 스프링캠프 때 한 차례 실패했던 보직 변경이었다. 나성범이 그동안 중견수를 맡아온 건 야수 전환 이후 적응력 문제 때문이었다.
시즌 전 NC 코칭스태프는 좌우로 휘어지는 타구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나성범에게 코너 외야수 대신 원래 자리인 중견수를 맡기고,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베테랑 이종욱을 우익수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견수 이종욱-우익수 나성범 카드가 NC에 적합하다. 이종욱의 중견수 수비 범위는 여전히 최정상급이다. 여기에 나성범의 강한 어깨를 활용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런 포지션 전환, NC 코칭스태프는 외야 경험을 쌓은 나성범이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봤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나성범이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경기를 통해 성장하길 바란 것이다.
물론 1차전 결과는 이재학 카드와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다. 나성범은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지만, 수비에선 익숙치 않은 우익수 자리로 인해 고전했다. 2루수 박민우와 콜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충돌할 뻔했고, 얼마 가지 않아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실책까지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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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포스트시즌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현재 NC의 27명 포스트시즌 엔트리를 살펴보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 본 선수들은 단 7명. 투수 손민한 이혜천, 내야수 이호준 손시헌 모창민 조영훈, 외야수 이종욱으로 모두 중고참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3년 연속 통합우승이 삼성 라이온즈를 강팀으로 만들어준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한국시리즈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야구하는 법을 깨우쳤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노림수나, 작전 시 순발력 등에서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NC 선수들이 이러한 능력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도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강팀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내년 시즌 NC의 전력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 한 명 추가보유라는 신생팀 특전이 사라진다. 올해가 포스트시즌에 도전할 만한 적기였고,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 이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결국 NC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이 앞으로의 미래를 약속하는 시간인 건 분명하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