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에서 가장 극적인 인물은 이승엽이 아닐까. 이승엽은 올시즌 127경기에서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인 이승엽이 올시즌 이렇게까지 부활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구보다 우승의 감동이 컸을 듯 하다.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승엽은 지난해 우승확정 때 허리 통증 때문에 2군에 있었다. 이승엽은 그때를 회상하며 조금은 어두운 얼굴로 "그땐 씁쓸했고, 쓸쓸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다. 작년엔 내가 못했기 때문에 우승을 못하면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잘했기 때문에 더더욱 우승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홈에서 우승을 확정했는데 정말 흥분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라고 했다.
이승엽의 부활은 38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마음가짐의 변화와 타격폼 수정이 가져온 결과였다. 이승엽은 "작년엔 안일함이 있었다"고 했다. 돌아온 첫해인 2012년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까지 뽑히며 성공적인 복귀를 했던 이승엽도 마음가짐이 약해지자 성적도 떨어진 것. "못해서 수치심이 생겼다. 정말 마지막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절박함으로 바뀌었다. 또 야구를 신중하게 바라보게 됐다. 1년이라도 더 야구를 하고 싶은데 야구를 오래하기 위해선 좋은 성적을 내야 했다"라며 올시즌에 대한 각오가 대단했다고 했다.
이승엽이 30홈런을 넘겼지만 넥센의 박병호는 50홈런을 넘어섰다. 감회가 남다를 듯. 이승엽은 박병호 얘기가 나오자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승엽은 "50홈런은 미치지 않으면 못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33년됐는데 딱 3명이 친 것 아닌가"라며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대기록임은 분명하다. 타고투저, 목동구장이 작다는 얘기가 있는데 경기에 나서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프로야구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박병호의 기록을 존중했다. 이어 이승엽은 "난 박병호와 밥한끼 같이 하지 않았지만 박병호가 3년 연속 홈런왕을 하면서도 조금씩 더 성장하는 모습에서 자기 만족을 모르고 나태하지 않고 야구만 생각하는 집중력과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홈런왕 한번 했다고 안주하면 절대 연속해서 홈런왕이 될 수 없다. 대단하다고 밖에 할말이 없다. 후배로서 굉장히 존중한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잘 못쳤다"며 올시즌 자신에게 1점을 뺀 99점을 준 이승엽은 이제 한국시리즈를 준비한다. "어떻게든 우승하고 싶다"는 이승엽은 "한국시리즈는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때 2주정도 쉴 때 준비를 못해 막판에 같다. 두번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해서 1차전 첫타석 때 자신감있게 타격을 하겠다. 아무도 못한 통합 4연패 꼭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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