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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중심 타자 손아섭(26)의 2014시즌 목표는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인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은 이뤄졌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처음으로 큰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걸 해봤다. 손아섭은 "정말 야구를 시작하고 그런 우승의 감정을 처음 느껴봤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크게 기뻐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우리가 4강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쉬움이 정말 컸다. 올해는 내 선수 인생에서 큰 추억이 될 수 있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다. 아쉽고 정말 속상하다"고 했다.
그는 롯데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했다. 롯데 야수 중 유일하게 타자 부문별 경쟁에서 톱5에 들어갔다. 타율, 최다안타, 득점, 출루율 등에서 끝까지 선두 경쟁을 펼쳤다. 롯데의 올해 구단 MVP를 뽑자면 단연 손아섭을 첫 손가락에 뽑을 수 있다.
그는 출전할 몇 경기가 남아 있지만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기 어렵다고 봤다. 손아섭은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최다 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올해도 현재 타자 4개 부문에서 톱5에 들어있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와 상관없이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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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창, 강정호 보다 더 무섭다
손아섭은 내심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3년 연속 최다 안타 타이틀 홀더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최다 안타는 넥센 서건창(25)의 몫이 돼 버렸다. 그는 이종범(1994년 196안타)과 타이를 이뤘고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초 200안타 달성도 바라볼 수 있다.
손아섭은 "최다 안타 타이틀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나 보다 더 뛰어난 타자가 나타났다. 실력에서 (내가) 부족했다. 서건창이 너무 잘 했다. 큰 자극이 됐다. 내년 시즌 서건창과 멋진 경쟁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12일 현재 서건창은 196안타이고, 손아섭은 168안타다. 서건창은 타율(0.373) 득점(129개)까지 총 3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손아섭은 서건창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그는 "서건창은 현재 강정호 형 보다 더 무섭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잘 치는 선수라고 본다.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다"고 말했다. 손아섭과 친분이 두터운 강정호(넥센)는 출루율(0.460) 장타율(0.736)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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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은 왼쪽 어깨 근육이 찢어진 상태로 버텨냈다. 현재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사실 많이 불편하지만 참고 뛸 수 있을 정도다. 팔이 안 들리지 않는 이상은 계속 뛸 것이다"면서 "수술 보다는 재활 훈련을 할 것 같다. 비시즌 기간 3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하면 또 1년을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로 인한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국내야구의 큰 트렌드였던 '타고투저'에 대해 외국인 타자 영입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타자가 들어오면서 타격이 가장 약한 한명이 선발에서 빠졌다. 또 상대 투수가 외국인 타자를 상대하면서 나머지 타자들도 효과를 본 것이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가 어려워졌고, 그게 9회까지 가다보니 점수가 많이 나고 투수들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손아섭은 부산팬들에게 죄송하다는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뭐라 말씀드리기 부끄러울 정도다. 결과가 아쉽다. 내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다. 내년에는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 재미있는 롯데 야구의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