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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 2경기 연속 콜드게임 승.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조금은 운이 따라 대승을 거뒀다고 생각하는 것이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실 한국전을 앞두고 대만은 어수선했다. 선발로 내정됐던 쟝샤오친이 등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대만은 급하게 왕야오린을 선발로 내세웠는데, 왕야오린은 미국 마이너리그서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투수다. 이날 최고 구속이 140km 초반에 그쳤고 제구도 흔들리는 등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덕분에 1회에 연속 4안타로 2점, 강정호의 3점 홈런으로 초반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오재원과 박병호의 홈런까지 터지며 2회까지 9-0으로 앞서가던 대표팀. 콜드게임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만이 좌완 에이스 천관위를 투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회 2사 1, 3루에서 쩡카이원을 구원등판한 천관위는 오재원을 3루 플라이로 잡아낸 후 3회부터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4⅓이닝 동안 64개의 공을 던져 삼진 5개를 잡아냈다. 천관위는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소속. 결승전 등판이 예상됐던 투수인데 이날 다 넘어간 경기에 나와 역투를 했다. 우타자 몸쪽을 찌르는 투심 패스트볼이 일품이었고, 구위와 제구 모두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대만이 만약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천관위는 3일을 쉬고 다시 등판할 수 있다. 투구수가 많지 않아 충분히 가능하다. 천관위가 결승에 나와 다시 호투를 펼친다면 한국대표팀도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날 초반 9점을 뽑은 타선은 투수 교체 이후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천관위 뿐만 아니라 7회말 등판한 뤄지아런은 최고 157km를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구위를 갖고 있었다. 투수들이 아무리 잘 던지더라도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게 야구다. 대만이 1~2점을 뽑고, 투수력을 총동원해 지켜내면 승리를 내줘야 하는 게 야구다.
대만이 이날 힘을 빼고 준결승전을 노리는 듯 한 인상을 줬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만약 대만이 결승전에서 다시 한국을 만난다면, 이날 선발 투입과 같은 투수 운용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대만 선수들이 결승전에서 조금 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대만은 강팀 한국을 맞아 긴장한 듯 초반에 수비 실책이 이어졌다. 타자들도 한국 투수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수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대승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