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야구의 비중은 크지 않다. 체급별, 부문별, 개인·단체별 금메달이 쏟아지는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에 걸린 금메달은 단 2개(남자 야구, 여자 소프트볼) 뿐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사정이 다르다. 남자 야구는 아시안게임의 최고 흥행 카드다. 비록 금메달 1개일 뿐이지만, 전국민적 관심을 받는다. 물론 금메달을 못 따면 역적 취급을 받는 부담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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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A조 예선 일본-파키스탄전이 처음으로 치른 9이닝 정규경기였다. 일본은 한 수 아래인 파키스탄을 상대로 10점차 이상 점수를 벌리는데 실패해 9회까지 경기를 펼쳤다. 그래도 9대1 완승이었다. 파키스탄은 9회까지 경기를 치른 것에 의미를 둘 정도였다.
사실 일본 역시 한 수 아래의 실력을 갖고 있다. 프로 선수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회인야구가 수준이 있다고 해도 프로와 아마추어는 차이가 크다.
일본에선 현재 아시안게임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데다 특히 야구는 프로가 나갈 필요가 없는 경기라는 개념이 확고하다. 이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 언론의 야구 담당 기자들을 찾을 수는 없다.
결국 한국과 대만의 싸움이다. 그런데 대만 역시 최고의 전력을 구성하지 못했다. 대만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군복무라는 과제가 있어 아시안게임이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만의 군복무제도가 모병제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국가대표 차출에 대한 명분이 사라질 수도 있다.
'참사'로 기억되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야구 대표팀은 대만에 패배한 적이 없다. 사실상 한 수 위의 전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만은 언제나 조심해야 할 복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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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도 결승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다. 24일 대만전 결과와 관계없이 후즈웨이와 쟝샤오칭, 대만의 원투펀치를 모두 만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날 대만이 패한다 하더라도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투수를 아낄 지 모르는 일이다. 22일 첫 경기에 나선 천관위를 비롯해 일본전에 나설 투수는 있다.
대만과의 조별예선 경기가 금메달을 향한 분수령은 맞다. 하지만 모든 고비를 넘은 건 아니다. 원투펀치 모두를 상대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대만의 루밍츠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마운드 운용계획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여전히 대만의 투수진은 베일에 싸여있다.
대표팀으로선 결승에 대한 생각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 선발은 에이스 김광현이다. 믿음직스러운 카드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예선과 동일하다. 한 차례 맞대결 이후 대만이 달라질 지 모르는 일이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