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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병역 선물'을 줄 수 있다면 포수, 외야수도 OK!"
한국 프로야구에는 그간 합법적인 '병역 브로커'가 있었다.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군복무를 해결하지 못한 후배들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선물했던 선수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병역 브로커'는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이었다.
강정호는 16일 잠실야구장에서 대표팀 첫 합동훈련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대표팀에도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다. 나도 선배들로부터 (병역혜택의) 선물을 받았으니, 내가 이번에는 후배들에게 선물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돼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바 있다. 강정호는 "2010년에는 나이도 어렸고, 야구를 배우는 단계였다. 그때는 선배들에게 기대서 편하게 대회를 치렀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가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후배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더라. 2010년의 좋은 기억을 살려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강정호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했다. 강정호는 현재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다. 백업으로는 김상수가 있다. 그러나 강정호는 우승을 위해서라면 유격수 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도 얼마든지 맡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팀이 이길수만 있다면 3루수나 외야수, 또는 포수도 상관없이 나서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정호가 외야수나 포수를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강정호의 말에는 팀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질 수 있다는 책임감과 각오가 담겨있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를 이루려면 한 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오른쪽 엄지 부상이다. 강정호는 지난 8월 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오른쪽 엄지를 다쳤다.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강정호는 "앞으로 훈련을 해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수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듯 하다"면서 "사실 부상 정도는 광저우 대회 때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강정호는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오른손 미세골절을 입은 상태에서 타율 6할1푼5리(13타수 8안타)에 3홈런 8타점의 맹활약을 했다.
그러나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한 것 같지는 않다. 강정호는 이날 배팅 연습을 최소화했다. 류중일 감독은 훈련을 마친 뒤 "강정호가 대표팀 전력의 변수다. 분명 상태는 많이 호전되고 있는데,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18일 LG 트윈스와의 평가전을 지켜보고 활용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