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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00타점'은 타자들에게는 위대한 기록이다. 매 시즌 많아야 5명 안팎의 선수가 이 영광의 고지를 밟는다. 지난 2시즌(2012~2013) 동안에는 오로지 넥센 히어로즈 홈런킹 박병호만이 이 영광을 누렸다. 그만큼 어려운 미션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이 오히려 타자들을 유혹한다. 타점 생산능력을 갖춘 팀의 중심타자치고 '100타점' 고지에 대한 야망을 품지 않은 선수는 드물다.
이 어려운 미션에 KIA 타이거즈 안치홍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데뷔 6년차에 맞이한 최절정기. 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다시 찾아올 지 알 수 없다. 안치홍이 이를 악물었다. 이제 16타점만 추가하면 된다.
'최선을 다 했으니 후회는 없다'는 식의 공자님 말씀은 현실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결과를 냈는데도 실패했다면 밤에 잠이 안올만큼 억울하고 속상하고 후회되는 게 현실이다. 아시안게임 엔트리에서 최종 탈락한 뒤 안치홍은 정말 많이 아쉬워했었다.
그래도 안치홍은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아쉬워했지만, 금세 털고 일어나 앞을보고 뛰었다. 대신 올해만큼은 최고의 성적을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쯤 입대할 생각이에요. 대신 그 전에 올해남은 기간에 후회없이 뛰고 싶네요." 이렇게 말한 안치홍은 정말 이를 악물고 시즌을 보냈다.
그 결과는 눈부시다. 9일까지 108경기에 나선 안치홍은 타율 3할4푼3리에 18홈런 84타점 18도루 59득점을 했다. 타율, 홈런 팀내 2위이고 타점은 1위다. 팀내 공헌도 톱클래스는 당연히 안치홍의 몫이다.
하지만 안치홍은 아직 시즌을 끝낸 게 아니다. 목표도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그중 가장 난도가 높은 게 바로 '시즌 100타점'이다. KIA에서는 2009년 김상현(127타점)-최희섭(100) 이후 명맥이 끊겼던 기록이다.
18경기에서 16타점을 추가하면 된다. 얼핏 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큰 변수가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다. 타자들에게는 경기를 쉬는 게 체력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경기 감각을 확 떨어트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휴식기 이전까지 '90타점' 고지를 밟거나 거기에 최대한 근접하는 게 중요하다. 이걸 발판으로 해야 아시안게임 이후 다시 열리는 경기에서 수월하게 타점을 추가할 수 있다. 과연 안치홍이 개인 처음이자, 지난 4년간 사라졌던 '100타점 KIA 타자'의 명맥을 되살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