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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발톱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창단 최다 연패 타이기록까지 몰렸던 NC 다이노스가 연패 뒤 연승을 달리고 있다.
그 기간 NC가 보여준 야구는 NC라는 팀 컬러와는 상반돼 있었다. NC는 올시즌까지 외국인선수를 한 명 더 보유할 수 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해 강력한 외국인 선발투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찰리-에릭-웨버로 이어지는 원투스리펀치가 굳건하다. 여기에 지난해 신인왕인 토종에이스 이재학까지 있다.
NC는 강력한 선발야구를 펼쳤다. 9일 현재 NC의 선발투수들은 평균 5⅓이닝을 던졌다. 이는 삼성(5⅔이닝)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이닝 수치다. 게다가 선발 평균자책점은 전체 1위(4.44)다. 2위 삼성(4.57)을 앞섰다.
올시즌 NC에게 지독한 약점을 보였던 팀과 맞대결을 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2위 넥센 히어로즈는 올시즌 NC와 삼성에게만 상대전적에서 밀렸다. NC 상대로 5승11패, 삼성 상대로 6승1무8패를 기록했다. NC와는 16차전을 모두 치렀는데 압도적 열세에 놓였다.
선두 삼성과도 비등한 성적을 보였는데 NC 상대로는 왜이리 약했을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우리가 한창 선발이 좋지 않을 때, 로테이션에서 안 좋게 걸린 적이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NC와 맞붙을 땐 초반부터 경기가 안 풀렸다. 선발 싸움에서 안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선발 싸움에서 밀린 게 아니었다. 넥센의 팀 컬러를 보면, 상대성을 찾을 수 있다. 염 감독은 "우리가 다른 팀과 할 때는 상대도 마찬가지로 선발이 안 좋으니 초반부터 같이 쳐서 가다 승리한 경기가 많다. 하지만 NC와는 초반부터 스코어가 너무 벌어졌다. 상대 선발이 워낙 좋으니, 우리가 초반부터 분위기를 내주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방망이로 상대 마운드를 이겨내는 넥센도 초반부터 비등하게 가지 못하니, 밀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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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에겐 너무 큰 주전 포수 김태군의 존재감
갑작스런 선발투수들의 연쇄 부진. 연패 분위기 전염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는 게 맞다. 바로 주전 포수 김태군의 부재였다.
김태군은 지난달 27일 한화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피로 누적에 따른 오른 어깨 통증이었다. 상태가 심한 건 아니지만, 성적에 여유가 있는 NC는 김태군을 엔트리에서 말소해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김태군이 빠진 날부터 선발투수들의 부진과 대량 실점이 시작됐다. 김태군은 6일 KIA전에 앞서 1군에 복귀했고, 이튿날 NC는 연패에서 탈출했다.
많은 선발투수들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포수를 편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정도가 심한 투수들은 아예 전담포수를 두기도 한다. 자신이 편한 포수와 호흡을 맞춰 경기를 운영해 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김태군은 NC가 1군에 진입하기 전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데려 온 선수다. 현재 NC 선수들이 주축이 된 시기와 비슷하다. 함께 붙박이 주전으로 성장했다. 외국인선수 중 찰리, 에릭과는 2년 연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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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들은 김태군이 LG 시절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타자와의 수싸움 부분에서 타자의 미묘한 습관 하나하나를 캐치해 볼배합에 적용하는 부분을 칭찬한다. 경험이 쌓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태군은 지난 5월에도 14일간 1군에서 말소된 바 있는데 당시 NC는 4승5패를 기록했다. 이번 1무5패 보다는 낫지만, 주전포수의 빈 자리가 상당히 크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통산 455경기에 나선 김태군은 이제 한 팀의 주전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6월 24일 잠실 LG전에서는 찰리를 리드해 '노히트노런 포수'가 되기도 했다. NC 역시 김태군의 성장과 함께 1군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전 포수가 빠졌을 때 팀이 흔들린다는 건 큰 문제다. 특히 군 문제가 남았기에 '김태군 이후'를 준비해야만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