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정수빈은 최근 타격폼을 바꿨다. '서건창 벤치마킹'을 했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최근 6경기 4할2푼9리. 지난 19일에는 개인 최다인 7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바뀐 그의 타격폼은 서건창과 거의 흡사하다. 정수빈은 "잘 되는 선수의 타격폼을 흡수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수년간 구축한 타격폼을 백지상태에서 돌린다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프로 선수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시즌 중 타격 폼을 바꾼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정수빈은 두산에서 가장 자주 타격폼을 변화시키는 선수다.
항상 지적되는 일찍 중심축이 무너지고, 어깨가 열리면서 변화구에 대한 필연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실제 정수빈의 타격을 보면, 스윙을 한 뒤 1루쪽으로 몸의 중심이 쏠린다. 반면 우타자인 민병헌의 경우, 정수빈의 케이스라면 3루쪽으로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민병헌은 타격을 한 뒤 1루쪽으로 몸이 움직인다. 즉, 정수빈은 상대적으로 어깨가 빨리 열리면서 중심축이 끝까지 받쳐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타구의 변화에 끝까지 대항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
결국 서건창의 타격폼을 흡수했다. 효과가 있는 이유가 있다. 서건창의 타격폼은 교과서적이진 않다. 개인에 맞게 최적화된 타격 자세다. 잔뜩 움츠린 상태에서, 편안하게 배트를 어깨에 걸쳐놓은 모습. 가장 큰 장점은 타격시 몸의 중심축 자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모아준다는 사실이다. 신경쓰지 않아도 타격을 할 때 자연스럽게 몸의 중심축을 최대한 뒤쪽에 남겨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정수빈의 약점을 최대한 커버할 수 있는 타격폼이 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수빈은 "일단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 올 시즌에는 계속 이 타격폼으로 밀어부칠 생각"이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