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만 젊어 박병호와 홈런 경쟁을 했다면 재밌었을텐데…"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얘기할 때 이승엽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홈런기록(56개)을 보유하고 있고, 통산 홈런 기록도 새로 써가고 있다.
이승엽은 56개를 때린 지난 2003년에 78경기 만에 40홈런을 돌파했다. 박병호가 102경기 만에 40홈런을 때렸으니 당시 이승엽의 홈런 페이스가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26경기를 남겨놓은 박병호는 홈런 10개를 추가하면 국내 선수로는 세번째로 50홈런 고지를 밟게 된다. 이승엽은 "숫자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주위의 말에 귀를 닫고 지금처럼 자신의 스윙을 하면서 경기에 최선을 다하면 가능할 것"이라며 "홈런은 한 경기서도 2∼3개를 칠 수 있고, 일주일에 6∼7개를 몰아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뭔가를 생각한 듯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은 이승엽은 "내가 나이가 젊어 전성기 시절의 모습으로 병호와 경쟁을 하면 정말 재미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지금은 모든 것에 초월한 듯 큰 형님처럼 부드러운 이승엽이지만 예전 홈런왕 경쟁 때의 승부사 기질이 남아있었다. 정말 강한 타자가 나오자 숨어있던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 것. 예전 이승엽은 우즈, 심정수 등 당대 최고의 홈런 타자들과 경쟁을 했고,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국내 최고의 홈런 타자가 됐었다.
이승엽는 "7∼8년만 젊었어도 누가 이기든 경쟁이 참 재밌었을 것 같다"며 "병호와 같은 포지션이면서 난 왼손이고 병호는 오른손이라 더 재미있게 홈런 경쟁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이승엽은 26홈런에 84타점으로 38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홈런왕은 이제 후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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