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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전 덕아웃 벤치 분위기는 침울하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말수가 계속 줄고 있다. 주변에서 말을 붙이기 힘들 정도로 힘겨운 표정을 하고 있다. 최근 김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던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 관련 대답에는 자꾸 말의 뉘앙스가 바뀐다. 그러다보니 전해듣는 롯데팬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화요일 징크스(롯데 화요일 경기 1승14패1무)' 얘기에는 왜 자꾸 듣기 거북한 얘기를 하느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이러다보니 경기전 벤치에는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를 때가 종종 있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역할은 롯데 선수들이 하게 돼 있다. 경영진의 수장 신동인 구단주 대행도, 코칭스태프의 대장 김시진 감독도 속이 터진다고 해서 그라운드에 들어가서 치고 달릴 수 없다. 백업으로 선수들을 주로 격려하는 주장 박준서에게 결승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주전 야수, 선발 투수 그리고 불펜의 필승조가 이 위기를 경기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요즘 롯데 구단에는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김 감독부터 선수 관련 얘기에 조심스러워 한다. 구단 경영진도 속이 새까맣게 타지만 질책 보다는 격려의 말을 전한다. 선수들의 피로도를 감안해 야간 이동을 피하고 소고기 회식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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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구단 경영진은 선수들의 요구 조건을 받아주었다.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는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보고 다시 판단하면 된다.
롯데 프런트는 그동안 외국인 선수 선발과 관리를 잘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골칫거리로 전락한 히메네스와 유먼의 '말조심' 티셔츠 사건 등으로 오점을 남겼다. 히메네스의 무릎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또 교체 여부에 대한 빠른 판단이 부족했다. 지난달 28일 재활군으로 내려간 히메네스가 시즌 끝날 때까지 1군에서 뛰지 못하고 돌아갈 경우 롯데의 손해는 제법 크다. 히메네스 실패라는 평가가 내려질 경우 그에 따른 책임도 누군가 져야할 것이다. 몸이 성한 히메네스가 타선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히메네스는 4~5월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히메네스가 없는 현재 롯데 타선은 무게감이 뚝 떨어진다. 유먼의 말조심 티셔츠 제작과 배포는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경솔했다. 구단과 먼저 상의를 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롯데의 이번 시즌 결말을 예상하기는 이르다. 그런데 누구도 발악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뻔한 엔딩을 볼 가능성이 높다. 롯데팬들은 이미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래도 아직 해피엔딩을 보고 싶어 한다. 경기전 롯데 덕아웃에서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이 분위기는 언제쯤 사라질까. 울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