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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한창 시절 홈런으로 시대를 평정할 때 그에겐 멋진 파트너들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엔 타이론 우즈(당시 OB)가 그랬고, 2000년대 초반엔 심정수(당시 현대)가 있었다. 이승엽은 멋진 홈런 레이스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에 대기록 달성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박병호가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37홈런을 쳤다. 8월에만 4홈런을 치면서 7월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그러자 강정호가 13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33호 홈런을 다시 4개차로 따라붙었다. 강정호는 5회 1사에 롯데 구원 투수 이정민을 두들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박병호가 홈런 레이스에서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박병호는 6월까지 29홈런을 쳤고, 강정호는 22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5월에만 홈런 14개를 몰아쳤다.
하지만 박병호가 7월 4홈런으로 주춤한 반면 강정호는 7홈런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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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박병호와 강정호의 선의의 경쟁이 홈런수를 늘리는데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이승엽과 우즈, 이승엽과 심정수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박병호는 강정호의 맹추격에 신경쓰는 건 별로 없다고 했다. 대신 그는 "내가 안 좋을 때 강정호가 해결사로 너무 잘 해줬다.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강정호가 우리 팀 선수라서 괜찮다. 다른 팀 선수였다면 이제 그만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강정호는 타격 수비 모두 잘 하는 뛰어난 선수이다"고 말했다. 강정호도 평소 박병호 경기력에 대해 호평했다.
박병호는 37홈런으로 시즌 개인 최다 홈런과 타이를 이뤘다. 강정호는 32홈런으로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면서 질주하고 있다.
박병호는 지금 페이스라면 시즌 40홈런 고지를 넘어서는 건 기정사실이다. 지금까지의 홈런수와 남은 경기수를 고려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시즌 50홈런 고지에 오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5월 처럼 몰아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강정호의 역할이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