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기세가 매섭다. 4강 싸움을 극도의 혼전 양상으로 몰아넣는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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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외국인 투수 토마스가 지난 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5이닝 3실점(1자책)으로 나쁘지 않은 선발 데뷔전을 가졌다. 여기에 지난 8일 SK전부터 10일 광주 롯데전까지 임준섭-김진우-김병현의 연이은 호투로 3연승을 달렸다.
임준섭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팀이 6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에이스의 역할까지 했다. 상대 에이스 김광현(7⅔이닝 2실점)에 맞서, 8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8이닝을 던지면서도 투구수가 91개에 불과할 정도로 깔끔하게 던졌다.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여기에 김병현이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사실 김병현은 트레이드 이후에도 선발 자원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나, 선발진 붕괴로 기회를 잡은 뒤 점차 살아나고 있다. 10일 롯데전서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던 지난해 6월 30일 대전 한화전 이후 406일 만의 퀄리티스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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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부터 양현종까지, 최근 5경기에서 5명의 선발투수들이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1.74에 불과하다. KIA가 드디어 강력한 선발야구를 구축했다는 증거다.
KIA의 4강 경쟁팀들을 보면, 최근 선발진이 무너지지 않은 팀은 LG 정도밖에 없다. 롯데는 믿었던 1~3선발이 부진에 빠졌고, 두산은 아예 선발진이 붕괴돼 5선발을 꾸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SK 역시 김광현과 밴와트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발투수들이 너무 약하다.
KIA가 강점을 갖는 이유다. 최근 롯데를 비롯한 중위권 팀들이 치고 나가지 못하는 데는 선발진에서 가진 아킬레스건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팀의 원투펀치가 나오는 날 이겨도, 무게감이 떨어지는 선발투수가 나오면 초반부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게 된다.
새로운 4강 컨텐더 KIA의 등장으로 4강 싸움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됐다. 가장 앞서 있던 4위 롯데는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헤매고 있다. 그동안 4강 싸움에서 상승세를 보였던 LG마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 주춤하고 있고, 두산은 일부 1,2군 코칭스태프의 보직 변경이라는 초강수를 둬 타개책을 찾아보려 몸부림치고 있다.
잠자고 있던 호랑이가 깨어난 모양새다. KIA가 그 어느 때보다 혼전 양상인 4강행 막차 티켓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