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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LG 타순 딜레마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8-13 17:34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타순을 이렇게 짤 수밖에 없습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의 머리가 아프다.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팀은 홈에서 이어지는 연전에서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3경기 모두 타선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이 패인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타순 변화를 주거나, 선발 라인업 조정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하지만 LG는 현재 그럴 여력이 없다. 겨우겨우 타순을 채워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만난 양 감독은 "4번을 치던 이병규(7번)을 내일까지 쉬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병규는 지난 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이재학이 던진 공에 팔꿈치를 맞았다. 큰 부상은 아니어서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후유증이 컸다. 양 감독은 "팔꿈치 때문에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하더라. 지금 무리하게 뛰었다 화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게 해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병규 뿐 아니라 선수들의 작은 부상, 컨디션 등을 고려할 때 타순을 원하는대로 짤 수 없다는 점이다. 일단 먼저 12일 1군에 올라온 이병규(9번)의 활용이다. 이병규가 수비로 경기를 풀타임 뛸 수 있으면 외야 운용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이병규가 당장 수비로 2이닝 이상 뛰기 힘들다. 그렇게 되면 이병규가 지명타자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지명타자로 들어갈 수 없다. 박용택이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인해 당장 수비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경기 도중 발목을 살짝 다쳤는데 본인의 말에 따르면 1주일 정도 후유증이 남을 것 같다고 한다. 3번 타순에서 방망이 하나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박용택이 지명타자로 당분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병규, 또는 박용택이 수비가 됐다면 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스나이더를 쉬게 할 수 있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수비로 들어가고 나머지 한 명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나이더를 계속 써야한다. 오히려 스나이더는 13일 경기 5번 타순으로 신분이 격상됐다. 이병규(7번)가 빠진 4번자리를 이진영이 채우게 됐고, 5번 타순을 채울 타자가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스나이더를 배치했다. 양 감독은 "스나이더가 몇 번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어제 경기 타구 질은 괜찮았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외야 수비도 꼬였다. 좌익수 요원 이병규(7번)가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연쇄 이동이 일어났다. 중견수 스나이더는 좌익수로 자리를 옮긴다. 우익수 이진영이 중견수로 간다. 선발 우익수는 채은성이다. 채은성은 우익수밖에 못본다. 이진영은 우익수 외에 그나마 중견수 수비가 가능하다. 스나이더는 중견수 아니면 좌익수란다.

과연 SK전 고육지책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타순만 생각하면 머리가 터지는 양 감독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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