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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2014 시즌 전 최대 화두는 핫코너였다. 터줏대감 정성훈이 1루 변신을 선언했다. 그래서 LG의 외국인 타자 선택은 3루수 전문 조쉬 벨이었다. 수비에서는 으뜸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가 수비만 잘하고 타석에서 헛방망이질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조쉬 벨이 퇴출됐다. 현재 3루 주인은 손주인이다. 여러 일들이 있었다. LG 3루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그 대체자는 백창수였다. 내-외야를 모두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3루 수비를 곧잘 해냈다. 하지만 타격에서 너무 부진했다. 결국 백창수도 2군행을 통보받았다.
양 감독의 마지막 선택은 주전 2루수 손주인의 3루 이동이었다. 손주인은 지난해 LG로 적을 옮긴 후 2루에서만 뛰어왔지만, 삼성 시절부터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는 만능 내야수로 명성을 떨쳤다. 기대대로 3루에서도 완벽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타고난 수비 센스에 강한 어깨가 빛을 발하고 있다. 사실, 손주인의 강한 어깨는 2루에서 뛰던 지난해에도 능력을 발휘했다. 눈에 띄는 성적이 아니어서 그렇지, 지난해 LG는 예년과 다른 병살 성공률을 자랑했다. 손주인은 3루나 유격수 방면으로 타구가 굴러갈 시,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후 베이스를 찍고 역동작으로 바로 1루에 공을 뿌렸다. 다른 야수들은 공을 잡고 달려오는 주자를 피해 풋워크를 해야 공을 던질 수 있었지만 손주인의 강철 어깨는 이 때 빛을 발휘했다. 공을 던지는 시간이 단축되니 당연히 병살 성공률이 높아질 수밖에. 물론, 주자와의 충돌 위험이 커지고 부상 위험이 커졌다. 하지만 손주인은 당시 "내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다. 부상은 걱정하지 않고 팀을 위해 던진다"고 말했었다.
당장은 손주인이 3루수로 변신한 후 팀이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수비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김용의가 2루수로 투입되며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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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종료 후 LG 채은성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3루 정착 프로젝트다.
채은성은 올시즌 LG가 키워낸 최고의 신데렐라다. 타격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소속팀 양 감독 뿐 아니라 평소 칭찬에 인색한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도 "저 친구 몽둥이(류 감독이 평소 타격을 지칭하는 말)는 쓸만한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다.
하지만 수비가 애매하다. 일단, 수비쪽으로는 타고나지 못했다. 내야든, 외야든 자세가 엉성하다. 올시즌에는 주로 우익수, 1루수로 나서고 있는데 확실한 포지션이 없는 선수다. 아마추어 때는 3루수로 뛰다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한 이후에는 포수 전향을 시도했다. 1루수야 어느 선수들이든 훈련을 조금 하면 소화할 수 있고, 우익수 자리도 사실상 응급조치를 받고 나서는 중이다.
수비 포지션이 없으면, 아무리 타격이 뛰어나도 고정 멤버로 팀에 기여하기 힘들다. 선수 입장에서도, 팀 입장에서도 손해다. 채은성이 1루수로 나서기에는 장타력이 떨어진다. 1루는 내년 시즌 거포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면 된다. 외야수로 나서면 기존 좋은 외야수들이 자리를 잃어야 한다. 그래서 양 감독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양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채은성을 3루수로 만들어보려 한다"며 "계속해서 유지현 수비코치와 상의한 부분이다. 내가 유 코치에게 '5~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면 가능하겠나'라고 물으니 유 코치가 '그 정도 시간이면 맡겨달라. 자신있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마음은 사실상 기울어졌다. 시즌 종료 후 채은성은 지옥 훈련을 각오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양 감독은 "채은성이 아직 홈런은 없지만(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 1개 제외) 타구질을 보면 정말 좋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많다"며 "중심 타선을 아니더라도 6, 7번 타순에 이런 선수가 배치돼있으면 상대는 숨을 쉴 수 없다"고 했다. 채은성이 3루만 지켜준다면 2루가 주포지션인 손주인이 2루를 책임지면 된다.
양 감독은 "많은 것을 바라는게 아니다. 화려한 수비가 아니라 앞으로 오는 타구들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주고, 팀 수비에서 구멍이 나지 않는 정도의 실력만 쌓으면 된다. 어이없는 실책만 하지 않으면 타격에서 공헌할 것이 많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