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엔 무조건 헛스윙 스나이더, 계륵 되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8-08 08:48



일시적 부진일까, 아니면 계륵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일까.

잘나가는 LG 트윈스. 유일한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다. 조쉬 벨을 방출하고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지만 현 상황으로 보면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외국인 타자를 쉽게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상문 감독의 머리가 점점 아파지고 있다.

스나이더는 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모처럼 만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6번-지명타자로 나섰다. 지난달 27일 수비 도중 왼쪽 허벅지 안쪽을 다쳤고, 이후 5경기는 대타로만 출전했다. 하지만 팀이 4강 꿈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 더이상 쉴 수 없었고, 양 감독은 NC와의 2연전에 무조건 선발로 내보내겠다고 했다. 물론, 스나이더의 몸상태를 체크했고 본인이 "수비까지도 자신있다"며 OK 사인을 내렸다.

하지만 복귀 효과는 전혀 없었다. 4타수 무안타 삼진 3개. 단순히 성적이 나쁘다고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한국야구 배터리의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에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게 문제다. 스나이더는 이날 경기 에릭의 떨어지는 변화구에 연신 헛스윙을 했다. 마지막 타석 유격수 땅볼도 변화구 타이밍에 혼란스러워하다 배트에 힘을 싣지 못하고 툭 맞히고 만 의미없는 타격이었다.

조쉬 벨이 상대 변화구에 농락당하며 짐을 쌌는데, 새로 온 타자도 별반 다른 모습이 아니다. 차라리 조쉬 벨은 볼넷을 얻어내는 선구안이라도 있었지만, 스나이더는 무언가 꼭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타석에서 욕심을 내는 모습이 잦다. 1B 상황에서 상대가 카운트를 잡기 위해 직구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풀스윙을 하는데, 제구가 좋은 우리 투수들은 그 상황에서도 변화구를 던진다. 그렇게 카운트가 1B1S이 되면 상황이 투수쪽으로 조금씩 유리해진다.

양 감독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과 같이 스나이더는 직구에 매우 강하다. 직구가 빨라도, 타이밍을 잘 맞추고 힘이 좋아 맞았다 하면 타구가 쭉쭉 뻗어나간다. 하지만 한국 투, 포수가 바보가 아니다. 이 직구가 강한 타자에게 직구를 쉽게 주지 않는다. 변화구 승부다. 스나이더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단, 스나이더에게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한국 무대에 적응도 채 마치기 전에 헤드샷을 맞았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분명히 충격이 있었을 것이고, 그 후유증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또 수비 과정에서 허벅지까지 다쳤다. 대타로만 출전하다보니 타격감이 뚝 떨어졌을 수 있다. 하지만 변화구 승부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은 단순히 타격감을 갖고 논할 문제가 아니다.

이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LG의 4강권 진입이 꿈이 아닌 현실 가능성으로 대두되는 순간에도 스나이더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양 감독의 눈밖에 날 가능성이 크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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