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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님,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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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94년생 투수다. 프로선수가 아닌, 마치 고교 선수를 보는 듯한 순박한 외모. 말투도 어리바리해 귀엽다는 인상을 풍겼다. 그래도 야구 얘기를 할 때는 당찼다. 신동훈은 "첫 승리를 거둬서 기쁘지만 2이닝 연속 첫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었다. 1군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겨주시더라도 열심히 할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첫 승리에 대해 "2군에서 정말 고생하고 있는 코치 선생님들, 그리고 동료들이 만들어주신 승리라고 생각한다. 내 승리가 2군에서 고생하는 모든 분들께 힘이 됐으면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또, "기회를 주신 양상문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 그리고 선배님들께도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신동훈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신동훈은 "솔직히 크게 마음이 상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며 "오히려 그 날 이후로 코치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이 나를 더 많이 챙겨주셨다. 또, 팬분들도 많이 알아봐주시고 챙겨주셔서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승이 확정되는 순간, 고생하신 부모님과 그동안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또, 김기태 감독님의 얼굴도 떠올랐다"고 밝혔다.
사실 김 전 감독은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날 이후 어린 유망주 투수에게 잘못을 했다는 자책감을 항상 갖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신동훈을 더 챙겨주려 애썼다. 신동훈도 그 마음을 잘 안다. 신동훈은 "김기태 감독님이 계실 때 첫 승을 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감독님,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