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최준석으로 본 고액 연봉자들의 부진 탈출법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06-26 09:46 | 최종수정 2014-06-26 11:23



6개월 정도의 긴 프로야구 정규 시즌 동안 슬럼프가 한두 번은 꼭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위 말해 잘 한다는 선두들은 그 슬럼프 기간이 짧다. 반대로 못 하는 선수들은 슬럼프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질 못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화 이글스 4번 타자 김태균(32)과 롯데 자이언츠 중심 타자 최준석(31)의 얘기를 들어왔다. 둘은 이미 검증을 마친 거포들이다. 김태균은 한달 전만 해도 홈런이 안 타져 '김똑딱'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준석 역시 벤치워머로 전락, FA 돈이 아깝다는 차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둘은 요즘 팀의 해결사로 변신했다. 그들은 어떻게 바닥을 치고 올라왔을까. NC와 한화의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태균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6.13/

6개월 정도의 긴 프로야구 정규 시즌 동안 슬럼프가 한두 번은 꼭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위 말해 잘 한다는 선두들은 그 슬럼프 기간이 짧다. 반대로 못 하는 선수들은 슬럼프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질 못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화 이글스 4번 타자 김태균(32)과 롯데 자이언츠 중심 타자 최준석(31)의 얘기를 들어왔다. 둘은 이미 검증을 마친 거포들이다. 김태균은 한달 전만 해도 홈런이 안 타져 '김똑딱'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준석 역시 벤치워머로 전락, FA 돈이 아깝다는 차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둘은 요즘 팀의 해결사로 변신했다. 그들은 어떻게 바닥을 치고 올라왔을까.

김태균의 경우

김태균은 최근 몇 년째 국내 연봉킹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5억원. 웬만한 국내 굴지의 글로벌 기업 CEO 연봉에 맞먹는 큰 액수다. 따라서 많이 받는 만큼 김태균이 갖는 부담과 역할도 크다.

이번 시즌 김태균을 괴롭힌 건 홈런이었다. 그는 지난 5월까지 2홈런에 그쳤다. 토종 홈런킹 박병호(넥센)와 외국인 타자들이 홈런을 펑펑 날릴 때 김태균은 고개숙인 남자였다. 그러면서도 타율은 3할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장타를 치고 싶었다.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팀을 구하고 싶었다. 팀의 고참 선수로 책임이 막중했다.

그랬던 김태균은 6월 들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7홈런과 21타점을 몰아쳤다. 24일 대전 롯데전에선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김태균은 아내가 던진 말이 탈출구가 됐다고 한다. 김태균의 아내는 김석류씨로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이다. 아내가 방망이의 무게를 줄여보라는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김태균은 방망이 무게에 대한 자존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또 폼에서 문제를 찾았다. 덩치와 4번 타자라는 걸 감안할 때 가벼운 방망이 보다 묵직한 걸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920~930g 짜리를 사용하다가 880g으로 낮췄다. 팀 후배 엄태웅의 가벼운 방망이를 들고 나갔는데 좋은 타구를 날렸다.


김태균은 "아내는 야구를 한 사람도 아니다. 아내가 당신이 20대 처럼 힘이 좋을 때도 아니고 이제 나이 30을 넘겼다. 무거운 방망이를 고집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럴 듯해서 시험삼아 해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야구가 생각 처럼 잘 안 될 때는 엉뚱한 곳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야구 고민에 더 깊이 빠져 들수록 더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헤어 스타일도 바꿔봤다. 황금색으로 염색했다.


롯데와 LG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2사 1,2루 롯데 최준석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6.11/
최준석의 사례

최준석의 지난 4월 성적은 형편없었다. 타율 1할9푼, 3홈런, 12타점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서 고개를 못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최준석은 4번 자리를 히메네스에게 넘기고 벤치 워머로 전락, 한동안 대타자만 했다.

그랬던 최준석의 6월 성적은 로켓 처럼 치솟았다. 타율 3할9푼, 6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롯데 선수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은 주로 5번 지명타자를 맡는다.

그는 지난해말 롯데 구단이 FA로 영입한 야심작이다. 최준석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포스트시즌에서 6홈런을 몰아쳤다.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롯데는 최준석의 영입에 35억원을 투자했다. 최준석은 일약 큰 돈을 받는 빅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당연히 부담감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롯데 4번 타자에게 쏟아지는 큰 기대는 그를 심적으로 서둘게 만들었다.

최준석은 "FA로 다시 친정팀으로 오다보니 너무 마음이 앞섰다. 빨리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 서둘렀다"면서 "지금은 부담감을 어느 정도 떨쳐냈다. 아직 모자란데 시즌 초에 정했던 목표치를 시즌 말까지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준석이 야구가 생각 처럼 풀리지 않아 고민할 때 옆에서 조언을 해준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중 최준석의 심적 부담을 덜어준 가장 고마운 사람은 아내였다고 한다. 아내가 한 얘기도 대단한 건 아니었다. "원래 해오던 야구를 하는 것이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기면서 하면 좋겠다." 정말 누구나 해줄 수 있는 평범한 얘기다.

하지만 최준석의 마음은 크게 움직였다. 야구에 너무 깊게 빠져들지 말고 쉽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는 최준석이 큰 덩치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최준석(130㎏)은 올해 KBO 등록 선수 중 최중량이다.

최준석은 "시즌 중에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 체중이 줄면 안 된다. 한 경기 하면 2~3㎏이 빠지는데 반드시 영양 보충을 통해 다시 체중을 끌어올리고 유지시킨다"고 말했다.
대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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