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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NC, 김경문 감독이 '고비'를 언급한 이유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6-16 07:09



"난 어제가 우리 팀의 고비였다고 봤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팀의 고공 비행에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단독 2위로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2강'을 구축하고 있는데도 신중하다. 그런 그가 '고비'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15일 창원 한화전에 앞서 "난 어제 경기가 우리 팀의 고비라고 봤다"며 입을 열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NC는 올 시즌 3연패가 한 차례밖에 없다. 지난달 15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17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3경기를 연달아 진 게 전부다. 특정팀 상대 3연패, 즉 3연전 스윕패는 없었다.

김 감독은 '분위기'를 중시하는 사령탑이다. 3연전 첫 경기에 패하면, 두번째 경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2차전마저 내줄 경우, 마지막 경기는 승리에 대한 압박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스윕패에 대한 부담감에 자멸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NC는 12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말 끝내기 폭투로 패배하고 말았다. 선발 웨버의 부상으로 인한 불펜 총력전에도 끝까지 잘 싸웠다. 김 감독은 패배에도 잘 싸운 선수들을 격려했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패배'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한화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내주며 2연패에 빠졌다. 믿음직스러운 외국인투수 찰리가 나왔음에도 전날 혈전과 장거리 이동의 피로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타선이 침묵했다.


2014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가 12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NC 선발 웨버가 1회 두산 선두타자 민병헌을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웨버는 경기전 부터 근육통을 호소 규정에 따라 한 타자만 상대하고 교체 됐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4.06.12/
김 감독은 이날 패배 이후 모처럼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의외였다. 2연패를 했으나, 그 전에도 2연패는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가 최근에 한화와 넥센에게 3연전을 싹쓸이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3연전 첫 2경기를 이기니 마지막 경기까지 승리가 왔다. 결국은 분위기다. 연패는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2연패였으나, 3연전 두번째 경기마저 내줬다면 시즌 첫 4연패까지 가는 건 순식간이라고 봤다. 또한 선발 웨버가 허리 통증을 호소해 선발진에 균열이 간 상태였다.

다행히 타선 폭발로 10대2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선발 이재학의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피칭과 임창민의 3이닝 무실점 세이브로 투수도 아꼈다.

김 감독에겐 더욱 기분 좋은 승리였다. 한숨을 돌린 NC는 선발 웨버를 엔트리에서 제외시켜줬다. 김 감독은 "웨버는 몸은 좋아졌는데 다음주에 다시 나왔다가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선수는 몸상태가 완전치 않아도 미안한 마음에 던지려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고비'를 언급했지만, 김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웨버를 무리시키기 보다는 신예 이성민과 이민호로 버티겠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로 한 번 버텨보겠다. 웨버도 완전히 쉬고 나면 몸이 더 좋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NC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연패 이후 다시 연승 모드에 들어갔다. 2연승이다. 첫 등판한 이성민이 6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타선은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11대2 대승을 이끌었다. 겹경사도 맞았다. 이날 승리로 역대 8번째로 600승 고지를 밟은 사령탑이 됐다. 통산 600승 20무 526패를 기록했다.

경기 후 "감독을 오래 하다 보면, 승리는 쌓이는 셈"이라며 입을 연 그는 "야구가 감독 혼자 하는 건 아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뒷바라지하는 구단 사람들이 삼위일체가 돼야만 한다"며 "지금 우리 팀이 성적을 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구단에서 다른 팀에 뒤지지 않게 잘 해주고 있고, 지난해 경험을 쌓은 선수들도 올해 해보자는 의지가 강하다. 주장 이호준을 비롯해 고참들이 선수단을 잘 이끌고 있다"며 남다른 감회를 소개했다.

김 감독이 5할 승률을 밑돌았던 건 두산에서의 마지막 해인 2011년과 창단팀 NC의 첫 해였던 지난해뿐이었다. 그는 "지난해 여러 이유로 패배한 경기가 많았다. NC에 와서 야구를 더 많이 배우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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