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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달인 이진영이 공개하는 타격 지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6-16 07:09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 2014 프로야구 경기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무사 LG 이진영이 3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자신도 놀라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6.13/

"배트 중심에 공을 맞혀야 해요. 자신이 박병호(넥센 히어로즈)가 아니라면요."

LG 트윈스 주장 이진영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3연타석 홈런. 프로생활 16년을 하면서 처음 경험한 짜릿한 손맛이었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에서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최초의 토종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그동안 잠실구장에서 3연타석 홈런이 나온 것은 딱 한 번 뿐이었다. 2009년 LG 외국인 선수 페타지니가 유일하게 3연타석 홈런을 때려냈었다.

놀라운 기록의 비결이 궁금했다. 하지만 이진영은 홈런에 대한 설명은 짧게 끝냈다. 그저 "운이 좋았다"였다. 대신 어떻게 홈런이 나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홈런과 평소 타격 기술의 관계에 대한 열띤 강의가 펼쳐졌다. 99년 프로 데뷔 후 16년을 뛰며 통산타율 3할5리(14일 기준)을 기록한 타자다. 후배 선수들이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이었다.

"시합 전 연습부터 배트 중심에 맞히는데 집중하라."

이진영은 3연타석 홈런을 때릴 때 모두 변화구를 쳐서 넘겼다. 변화구는 노리지 않으면 쉽게 홈런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넓은 잠실구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진영은 "3개 홈런 모두 노린 구종이 아니었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1회 2B 상황서 때린 홈런은 카운트는 유리했지만, 누가 봐도 직구를 노리던 스윙이었다. 한 박자 빠르게 방망이가 나왔는데, 선수들이 소위 말하는 '앞에서 얻어 걸린' 타구가 나왔다. 두 번째, 세 번째 홈런은 각각 2S, 2B2S으로 유리한 카운트가 아니었다. 특히, 두 번째 홈런은 2S 상황서 느린 커브를 홈런으로 연결시켜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진영은 이에 대해 "모두 내가 수싸움에서 밀린 상황이었다"고 말하며 "노려칠 수 없을 때는 무조건 정확하게 배트에 맞혀야 한다는게 내 타격의 철칙이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히려면 스윙폭을 줄여야 한다.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힐 때가, 힘껏 스윙해 배트 중심에서 조금이라도 빗겨맞을 때보다 홈런이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라고 설명했다. SK전에서 때려낸 3개 홈런 모두 이 원칙 속에 만들어진 홈런이었다. 이진영은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내 생애 다시 나오기 힘들 기록이다. 잠실이 아닌 좁은 구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진영은 "마음 먹으면 담장을 넘길 수 있는 박병호같은 선수가 아니라면 먼저 정확한 컨택트를 위해 노력하는게 우리 야구 실정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한 때 20홈런 타자였다. 하지만 잠실에서는 웬만한 힘으로 홈런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타격 매커니즘을 바꿨다. 요즘 비거리가 나오는 후배들을 보면, 시합 전 연습 때 힘이 남아 풀스윙을 한다. 배팅볼은 맞혀주기 위한 공 아닌가. 당연히 장타성 타구가 나온다. 하지만 실전에 들어가보라. 풀스윙 할 때 쉽게 때릴 수 있는 공을 주는가. 연습 때부터 다른게 아닌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히는 연습을 해야한다. 그게 몸에 베어야 실전에서도 좋은 타구가 나온다. 힘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야구는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삼진-플라이-땅볼 아웃 순으로 억울해하라."

이진영은 자신의 두 번째 타격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타자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했다.

이진영은 "야구를 하다보면 전 타석에서 안타를 칠 수 없다. 10번 칠 때 7번 죽어도 잘한다는게 야구다. 그런데 그 7번을 어떻게 아웃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진영은 "나는 삼진을 당하면 너무 화가 난다. 어떤 변수도 만들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그 다음은 플라이다. 현대 야구에서 평범한 플라이를 놓치는 수비수는 거의 없다. 그래서 땅볼 타구로 죽는게 더욱 좋은 아웃이라고 생각한다. 땅볼은 변수가 많다. 불규칙 바운드가 생길 수도 있고 상대 실책이 유발될 수도 있다. 야구는 확률 게임이다. 최대한 누상에 살아나갈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승부"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웃이 됐다고 좋아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건 홈런을 치고, 안타를 때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진영은 주자가 있을 때 더욱 강력하게 스윙을 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주자를 보내야 한다', '나라도 살아야 한다'라는 소극적인 마음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면 이미 상대에게 기선을 제압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병살타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한 강하게, 최대한 배팅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구에 속아 '이걸 건드리면 병살타가 된다'라는 것을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세게 공을 때려 병살타를 면할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허무하게 삼진을 당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타격이라고 말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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