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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겪었던 아픔을 잊으면 안된다."
물론, 올시즌 전까지 1군 무대를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던 선수가 주전, 비주전을 막론하고 1군에서 계속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선수도 사람이다. 게임을 많이 뛰다, 갑자기 덕아웃을 지키게 되면,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마음이 조급해지게 된다. 어쩌다 대타로 기회를 잡더라도, 그 조급한 마음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언제 2군으로 내려갈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백창수도 최근 이 과정을 겪고 있다. 백창수는 "저를 1군에 두고 어느 때라도 기용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조금은 불안해요. '아, 나는 결국 이 정도밖에 안되는 선수였구나'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때도 많고요"라고 말한다.
물론, 최근에는 구리구장을 갈 일이 없었다. 아들이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백씨가 모처럼 만에 구리를 찾았다고 한다. 친아들은 아니어도, 아들같은 동료 선수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 응원이 될까 해서 경기장을 찾았다. 아들은 없지만 경기를 지켜보며 백씨는 '우리 아들도 이렇게 고생을 많이 했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바로 백창수에게 전화를 걸어 "2군에서 고생했던 것을 절대 잊지 말거라. 너의 동료 선수들은 아직도 무더운 날씨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 그 동료들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거라"라는 조언을 건넸다. 백창수는 아버지의 조언을 듣는 순간 '아, 내가 어리석었구나. 자만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백창수는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해야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한시도 긴장을 풀지 말고 경기 준비를 해야겠다고 깨달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