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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1983년생 등번호 7번 외야수 이병규(31). 그의 이름 앞에는 오랫동안 '작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작은' 이병규, 줄여서는 '작뱅'이라고도 불렸다.
드디어 그 새 별명에 걸맞는 활약이 나왔다. 8일 잠실구장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이병규가 달성한 '빅뱅'급 맹활약은 선배 '큰' 이병규도 해내지 못한 것이다. 한 경기에 무려 6개의 안타를 쳤다.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만한 기록. 홈런 하나가 빠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특히 이날 이병규가 달성한 의 '한 경기 6안타'는 LG 구단 창단 후 처음 나온 기록이었다. 이쯤되면 현재 컨디션 난조로 2군에 가 있는 선배 이병규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역대 한 경기 최다안타는 '7안타'다. 롯데 외인타자 가르시아가 2010년 4월9일 부산 한화전에서 연장 12회까지 총 7개의 안타를 쳤다.
2006년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한 이래 가장 뛰어난 활약이었다. 6타수 6안타 5타점. 자신의 한 경기 최다안타와 최다타점을 모두 갈아치웠다. 그가 타석에 나올 때마다 방망이는 춤을 췄고, 누상에 나간 주자는 가볍게 홈을 밟았다. 이날 5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병규의 맹타를 앞세운 LG는 KIA에 20대3으로 대승을 거둬 앞선 홈 2연패를 화끈하게 설욕했다.
공교롭게 역대 처음으로 '한 경기 6안타' 기록을 달성한 주인공은 바로 이병규에게 '빅뱅'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김기태 전 LG 감독이다. 삼성 시절이던 지난 2000년 7월25일 대구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 기운이 14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빅뱅' 이병규에게 이어진 듯도 하다.
1회말 첫 타석에서 1타점 우중간 안타를 친 이병규는 2회에도 역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어 4회에는 무사 1루에서 우중간 외야로 홈런성 타구를 쳤다. 1루심은 처음에 홈런 신호를 보냈다가 후에 정정했다. 비디오 판독에 들어간 결과 3루타로 정정됐다. 타구가 펜스 위에 설치된 홈런 경계를 나타내는 노란색 철제 바 위쪽에 맞은 뒤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왔기 때문. 만약 이 철제 바에 맞은 뒤 관중석 쪽으로 튀었다면 홈런으로 인정될 수 있었다.
홈런을 아쉽게 놓친 이병규는 5회에 우전안타로 다시 타격감을 조율한 뒤 6회에는 또 2루타를 날렸다. 사실 이 때부터 '사이클링 히트'를 내심 의식한 듯 했다. 충분히 3루까지 뛸 수 있는 코스였는데, 2루에서 멈춰섰다. 워낙 스코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상대팀을 배려한 주루플레이로도 해석할 수 있다.
드디어 8회말 마지막 타석. 어차피 LG가 워낙 크게 앞선 터라 9회말 공격은 없다. 이병규가 타석에 들어서고 전광판에 '안타-안타-3루타-안타-2루타' 표시가 나오자 관중들은 "이병규 홈런!"의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사이클링 히트'를 원했다.
이병규도 초구에 힘차게 스윙하며 홈런을 노린다는 것을 보여줬다. 볼카운트 1B2S에서 4구가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걸렸다. 함성이 잠실구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궤적이 너무 낮았다. 총알처럼 날아간 타구는 결국 펜스를 때렸다. 아쉬운 2루타. 2루 베이스에 도착한 이병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관중은 그에게 아낌없는 환호성을 보냈다.
생애 첫 6안타의 기쁨과 사이클링히트를 놓친 아쉬움을 동시에 경험한 이병규는 "오늘 첫 타석 안타 쳤을 때 감이 좋아서, 계속 그 느낌을 잊지 않으려 했다"고 6안타의 비결을 밝혔다. 이어 "마지막 타석에는 직구를 노렸는데, 너무 잘 맞는 바람에 치는 순간 홈런이 안될 줄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 최초로 한 경기에 6안타를 친 것은 미처 몰랐다. 어쨌든 팀의 대승에 기여해서 기쁘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