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소홀’ LG, 예정된 추락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4-06-03 09:50


LG 조쉬 벨

LG의 탈꼴찌는 '1일 천하'였습니다. 5월 31일 목동 넥센전에서 9:5로 승리해 4월 13일 이후 48일 만에 탈꼴찌에 성공한 LG는 이튿날인 6월 1일 넥센에 8:4로 완패해 하루 만에 최하위로 돌아왔습니다.

작년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했던 LG의 올 시즌 추락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스토브리그에서 투자에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외부 FA 영입에 인색했습니다. 작년 시즌 종료 후 대어급은 물론 준척급 선수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어 상당수의 선수들이 팀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LG는 팔짱만 끼고 있었습니다.

2014 시즌이 개막되고 세 달이 지난 현재 외부 FA를 영입한 팀들은 전력 보강의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종욱과 손시헌을 데려온 NC는 2위를 달리며 1군 무대 데뷔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한 한화도 만만치 않은 타선을 구축해 LG를 제치고 최하위를 면하고 있습니다. 2008시즌 종료 후 영입된 이진영과 정성훈이 여전히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LG는 잊은 듯했습니다.

둘째, 선수단의 연봉에 인색했습니다.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감격을 누렸기에 스토브리그에서 LG 선수들은 연봉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습니다. 다년 간 LG 선수들의 연봉은 LG만의 기준인 신연봉제로 인해 크게 삭감되거나 좋은 개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상승이 정체된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기여한 투수들, 특히 팔이 빠져라 던진 불펜 투수들을 중심으로 연봉 인상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구단 내부 고과와 팀 기여도에 따라 적용된다는 신연봉제이지만 '깎을 때만 신연봉제'였습니다. 신연봉제가 선수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셋째, 외국인 선수 영입에 인색했습니다. 전지훈련 시작을 앞두고 LG가 새롭게 영입한 2명의 외국인 선수 조쉬 벨과 리오단은 타 팀의 외국인 선수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졌습니다. 조쉬 벨은 메이저리그 성적이 좋지 않았고 리오단은 메이저리그에 올라간 적도 없었습니다.

시즌이 개막된 후 조쉬 벨은 4월까지 맹타를 휘둘렀지만 5월 이후 기나긴 침묵에 빠져들었습니다. 리오단은 2승 5패 평균자책점 4.82에 그치고 있으며 피안타율은 0.284로 높습니다. 조쉬 벨과 리오단은 일시적 부진에 빠진 것이 아니라 영입 당시부터 한계가 분명했으며 시즌이 거듭되면서 본 실력이 나오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부 FA, 선수단 연봉, 그리고 외국인 선수에 이르기까지 LG의 행보는 재계 상위권의 모그룹을 배경으로 한 프로야구단답지 않게 투자에 소홀했습니다. 타 팀들은 적극적인 투자로 대비하며 앞서갔지만 LG는 한 해의 성공에 도취되어 제자리에 안주했습니다. LG의 최하위 추락은 작년 말부터 예고된 참사라 할 수 있습니다.

투자에 인색하고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프로구단의 합리적인 행태라 보기 어렵습니다. 팥 심은 데 콩이 나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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