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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變則)은 원칙에서 벗어나 달라짐을 뜻한다. 승부의 세계에선 때론 변칙이 통할 때가 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새로운 패턴을 시도해 뻔한 승부를 뒤집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꾀를 쓰지 않는 게 통할 때가 있다. 바로 정공법(正攻法)이다. 정정당당히 정면승부를 하는 게 오히려 더 큰 힘을 낼 때가 있다.
휴식 이후 타격감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일주일에 6일 경기를 치르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다. 이 패턴에 맞는 행동, 이른바 '루틴'이 있다. 하지만 갑자기 3연전을 통째로 쉬어버리게 되면 루틴이 깨질 우려가 있다.
팀마다 휴식일을 보내는 법은 다르다. 팀에서도 한 가지 패턴을 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휴식 패턴을 바꾼다. 보통 겪는 문제는 휴식 이후 타격감 저하다.
그 결과, 휴식 이전 가라앉았던 타격감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첫 경기였던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홈런 5개 포함 19안타를 몰아치며 18득점을 올렸다. 28일 경기에서도 홈런 2개 포함 장단 17안타로 또다시 18득점하며 이틀 연속 두자릿수 안타,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힘으로 2연승을 거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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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NC는 투수 엔트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 5선발 이민호만이 선발 대신 롱릴리프로 투입됐다. 그 결과 웨버가 18일 두산전 이후 27일 한화전에 9일만에 등판했다. 무려 8일간 휴식을 취한 것이다. 에릭 역시 일주일을 쉬고 28일 경기에 나섰다.
루틴에 민감한 투수들은 5일 이상 휴식이 생길 경우, 다소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다. 4일 혹은 5일 휴식에 익숙해져 있다 갑자기 오래 쉬게 되면 리듬이 깨지는 것이다. NC의 외국인선수들은 일정상의 변수가 생겨도 로테이션을 고수해왔다. 휴식일 역시 꼬박꼬박 지켜왔다.
웨버와 에릭은 모두 호투로 화답했다. 웨버는 6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6승(2패)째를 신고하며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고, 에릭 역시 6⅔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5승에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두 명 모두 투구리듬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푹 쉬어서인지 공엔 더욱 힘이 있었다. 초반부터 타선이 점수를 뽑아줘 어깨를 가볍게 해준 것도 도움이 됐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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