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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은 리그 1위. 한 팀은 파죽의 9연승.
2군에서의 화려한 성적이 팬들에게 조금은 위안거리가 될 수 있을까.
LG와 한화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북부리그에 속한 LG는 21승2무7패(14일 기준)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력상 최강으로 손꼽히던 경찰야구단을 4.5경기차로 따돌리고 있는 중이다. 남부리그의 한화는 18승2무11패로 아직 리그 2위다. 그런데 뭐가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파죽의 9연승이다. 15승2무8패를 기록중인 상무와 승차 없는 2위다. 최근 한화 2군은 투-타에서 매우 안정적인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화는 '구레나룻' 베테랑 김경언이 4번타자로 출전하며 타점 생산 본능을 발휘중이다. 26타점으로 1위인 NC 다이노스 조평호를 1개차로 추격했다.
투수 부문에서도 LG 장진용이 다승 1위(4승), 평균자책점 3위(3.38)로 활약중이고 한화 황재규와 이동걸 등 1군급 투수들이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한화의 상승세,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군과 2군의 성적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매 시즌 1군 성적이 좋지 않은 팀들이 2군 상위권에 위치하는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프로야구 한 관계자는 "그럴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1군 성적이 좋지 않은 팀들은 엔트리 교체가 잦다. 다시 말해, 1군에서 뛸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자주 2군에 내려온다는 것이다. 2군에 내려와서 놀지 않는다. 시합에 계속해서 출전한다. 선수 네임밸류를 볼 때, 상대 유망주 선수들이 기가 죽고 들어간다. 예를 들어, 1군에서 조금 부진하지만 스타급 선수가 2군 타석에 들어서면 그가 발산하는 포스는 전성기 시절 수준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급 투수들이 TV에서만 보던 스타 선수를 상대한다고 생각해보라.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의 심리적인 측면도 작용한다. 1군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2군 선수들에게는 희망이 된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1군에 내 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변화를 많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1군에서 내려온 선수들도 다시 1군으로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면 팀은 자연히 강해질 수밖에 없다.
구단들의 정책도 한몫한다. 1군 코칭스태프, 선수들만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1군 성적이 좋지 않으면 "2군에서 선수 안만들고 도대체 뭐하는가"라는 압박이 구단 차원에서 가해진다. 2군 코칭스태프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당장 2군에서도 이기는 경기를 해야한다. 반면, 삼성 라이온즈와 같이 성적이 꾸준하고 1군 선수 풀이 확실한 팀의 경우 구단에서 2군을 아예 유망주 성장의 장으로 만든다.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는 어린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하고 경기에 출전시키다보니 2군 성적은 뒷전이다. 그렇다고 이를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