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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사의표명]'독이 든 성배' LG 감독 흑역사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4-23 22:10



프로야구 지도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자리가 있다. 바로 LG 트윈스의 감독 자리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최고 인기구단, 1990년대 전성기를 보내며 빠르게 명문구단 반열에 오른 LG의 사령탑은 누구나 꿈꾸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LG 감독직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가 나왔다. 모기업 고위층의 극진한 구단 사랑, 야구단에 대한 지원은 어느 구단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구단 수뇌부로 내려온 그룹의 임원들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원을 받은 만큼, 책임도 뒤따랐다. 구단 수뇌부는 물론, 선수단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도 마찬가지였다. 구단 수뇌부가 윗선의 눈치를 보든, 아니면 위에서 직접 지시가 내려오든 LG 사령탑은 언제든 잘려 나갈 수 있는 위험한 자리였다.

실제로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10년 동안 총 6명의 지도자가 사령탑에 올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감독에 오른 지도자들이 줄줄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낙마했다.

2003시즌을 앞두고 1990년대 초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던 이광환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으나, 6위로 시즌을 마감한 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팀 체질 개선을 위해 2004시즌을 앞두고 LG는 이순철 감독을 선임했다.

해태 타이거즈의 이미지가 강했던 이순철 카드는 파격적이었다. 카리스마를 앞세운 이순철 감독이 LG의 '도련님 야구'를 어떻게 조련할 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순철 감독 역시 LG를 바꿔놓지 못했다.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6위에 머물고, 2006시즌 도중 자진사퇴했다.

LG는 양승호 감독대행 체제로 2006시즌을 마감했다. 성적은 최하위. 구단은 또다시 새 감독을 찾았다. 이번엔 현대 왕조를 이끈 김재박 감독이 '우승 청부사'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도 LG를 살리지 못했다. 지휘봉을 잡은 첫 해 5위로 시즌을 마친 뒤, 2008년 최하위, 2009년 7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남기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0시즌을 앞두고 LG는 두산 2군 감독이던 박종훈 감독에게 파격적인 5년 계약을 안겼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이끈 박 감독에게 리빌딩을 맡겼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급증이 도졌다. 리빌딩을 모토로 박 감독을 선임해놓고, 2년 만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교체했다. 자진사퇴 형식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실상의 경질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2009년 말 LG 2군 감독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박 감독 후임으로 2011년 말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김기태 감독은 감독 2년차였던 지난 시즌 LG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끌면서 '모래알'이란 소리를 듣던 LG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역시 계약 마지막 해에 사의표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마치 저주처럼 10년간 이루지 못했던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을 4강으로 이끈 김 감독도 너무나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LG 감독직은 정말 '독이 든 성배'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014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경기가 23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개인사정으로 경기에 불참한것으로 알려진 LG 김기태 감독을 대신해 조계현 코치가 지휘를 맡고있다. LG는 최근 3연패로 최하위에 랭크중이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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