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 이영욱(29)은 21일 고이 모셔놨던 오래된 글러브를 다시 집어들었다.
"수비가 문제"라던 이영욱은 첫 수비에서 실수를 했다. 2번 손주인의 좌중간 안타성 타구를 따라가다가 좌익수 최형우에게 양보했던 것. 그런데 최형우는 그전에 이영욱에게 양보를 했었다. 확실한 콜 플레이를 하지 않았던 실수가 위기로 이어졌고 결국 1점을 내줬다. 이영욱은 "첫 날이라 형우형이 잡아줄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내가 잡는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했다. 곧 익숙해졌다. 2회초 LG 8번 윤요섭이 친 좌중간 안타성 타구를 20여m정도를 전력질주해 잡아내는 등 자신에게 오는 공을 모두 걷어냈다. 이영욱은 "오늘 이상하게 타구가 나에게 많이 왔다. 오히려 내가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타석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삼성이 승기를 잡은 바로 4회였다. 첫 타석에서 3루수앞 땅볼로 물러났던 이영욱은 1-1 동점이던 4회말 1사 2,3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3B1S에서 4구째가 볼이 되며 볼넷. 그런데 이영욱은 배트를 잡은채 고개를 숙이고 타석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다시 타석에 서려고 할 때 주심의 볼넷 사인을 보고 1루로 걸어나갔다. 본인은 풀카운트라고 생각을 한 것. 이영욱은 "초구 스트라이크에서 2구째도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5구째가 볼이 돼 풀카운트라고 생각하고 다음에 어떤 공을 노려야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전광판의 카운트 표시가 보이지 않고 그저 투수만 봤었다.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곧이은 8번 이흥련의 싹쓸이 3루타 때 열심히 달려 홈을 밟아 2년여만에 첫 득점을 한 이영욱은 이후 여유를 찾았다. 6회말엔 빠른발을 이용해 유격수앞 내야안타를 쳤고, 곧바로 2루도루까지 성공. 김상수의 3루타 때 홈을 밟았다. 7회말에도 볼넷으로 출루. 이날 4타석 2타수 1안타 2득점으로 복귀전에서 팀의 8대1 승리에 조력자가 됐다.
이영욱은 "내가 없는 사이에 후배들이 치고올라오더라. 내 자리가 있을지 걱정도 했다"면서 "이제 가정도 있고 생계형 선수가 된 것 같다. 야구가 더 절실해졌다. 죽기살기로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다"라며 야구에 대한 목마름을 표시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