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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에 대한 열정에 쇼맨십까지 모두 갖췄다. 팬들은 당연히 그 선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야구로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흥행으로는 최고의 선수가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타자 피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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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맨십 만으로 눈길을 끄는건 아니다. 야구 실력도 좋다. 부상으로 실전을 한 경기도 치르지 못했다고 하더니, 시범경기에 등장하자 마자 안타를 치고 도루를 했다. 홈런포도 뻥뻥 때려내 기대를 모았다. 적극적인 타격에 발도 빠르고 수비도 좋다. 지역 탓인지, 팀 컬러 탓인지 한화 선수들은 대체로 얌전한 플레이를 한다. 이기고자 하는 열정은 당연히 가득하겠지만 그것이 겉으로 잘 표출이 안됐다. 이런 와중에 투지가 넘치는 이방인이 "한화 승리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종횡무진 뛰어다니니 팬들은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팬들은 2000년대 중반 한화에 입단해 호타준족으로 엄청난 활약을 했던 제이 데이비스의 추억을 피에를 통해 떠올리고 있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가장 중요한 야구에서 말이다. 피에는 19일 LG전 친구인 류제국을 상대로 3안타를 뽑아내고, 20일 시즌 첫 홈런을 뽑아내기 전까지 슬럼프에 빠졌었다. 맥없이 초구를 건드리는 등 조금은 무성의한 타격으로 일관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경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피에가 조금 더 신중하게 타격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기대했던 도루도 아직은 부족하다. 단 1개 뿐이다. 피에는 "아직 한국투수들의 습관을 파악중"이라며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중요한 건 피에가 초구를 건드려 결정적인 찬스를 놓쳐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기행을 펼쳐도 팬들은 피에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에는 단 석 달 만에 한화 팬들을 완전히 홀렸다. 이제 야구로 그 믿음에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