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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넥라시코' 주인공 넥센-LG의 엇갈린 운명, 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4-17 06:32


2014 프로야구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이 4-0으로 앞서던 7회말 1사 임재철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밴헤켄과 포수 로티노가 교체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4.16/

2014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최고의 라이벌로 주목을 받을 것 같았다. 지난 시즌에 만났다 하면 피터지는 승부를 벌였다. 16차례 맞대결 중 2점차 이내 승부가 무려 11경기나 됐다. 여기에 두 팀 모두 가을야구를 했다. LG는 극적으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넥센은 3위로 창단 첫 가을야구를 했다. 양 구단의 상승 분위기가 올 해도 이어질 듯 했다. 그래서 15일 잠실구장에서 시작된 열리는 양팀의 시즌 첫 3연전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사실상 3연전 개막 전부터 분위기는 넥센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LG는 4연패, 넥센은 5연승 중에 만났다. LG는 넥센전 승리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3연전 첫 경기에서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연장 승부 끝에 1대3으로 패했다. 16일 열린 2차전에서 넥센은 5대2로 이겼다. LG 선수들은 0-5로 뒤진 8회 추격에 나섰지만 너무 늦었다. 어쩌면 이날 승패는 경기 전에 어느정도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맥빠진 '엘넥라시코'가 됐다. 시즌 초반부터 극명하게 갈린 양팀의 처지, 원인은 무엇일까.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1대3으로 패배하며 5연패를 기록한 LG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15.
꼬일대로 꼬여버린 LG

프로 세계에서는 운도 실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운이 없다. 한순간에 톱니 바퀴가 어긋나 작은 균열이 생겼다. 그런데 균열층이 순식간에 크게 벌어졌다. 그 다음부터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팀이 흔들리고 있다.

개막 5연전 2승3패를 거둔 후 4일 휴식, 그리고 롯데와 NC 6연전 일정이 이어졌다. 야심차게 6연전을 준비했다. 롯데와의 3연전에 1,2,3선발 투수가 등판했고 NC전에는 새 외국인 투수 티포드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연장 승부가 발목을 잡았다. 8일 롯데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12회 승부 끝에 2대2 무승부를 기록했고, 10일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0회 연장 승부 끝에 1대4로 패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곧바로 이어진 11일 NC전이 뼈아팠다.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된 가운데 3-8로 뒤지던 경기를 9-9 동점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총력전을 펼쳤다. 그런데 9회 상대 모창민에게 홈런을 내주고 11대12으로 졌다. 선수들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역전 찬스에서 상대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지 못한 원인이 컸다. 심판의 오심까지 겹쳐 결승점을 잃는 불운도 겪었다.

팀이 급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투-타 밸런스가 어긋났다. 투수들이 잘 던지면 타선에서 점수를 뽑지 못하고, 타자들이 점수를 낸다 싶으면 마운드가 무너졌다. 특히, 타선의 부진이 아쉬웠다. 안타는 많이 쳐도 찬스에서 결정을 짓지 못했다. 체력이 소진되고, 연패 조짐이 보이자 찬스에서 선수들이 성급하게 방망이를 냈다. 병살타가 쏟아져 나왔다. 투수들은 힘겹게 버티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고 무너졌다. 5연패의 과정을 보면 12일 NC전을 제외하고는 선발투수들이 호투했다. 10일 롯데전에서 리오단이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2일 NC전에서는 티포드가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13일 NC전에서는 류제국이 6이닝 4실점 11삼진, 15일 넥센전에서는 우규민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들 모두 승패없이 물러났다. 16일 넥센전에서도 리오단은 6⅔이닝 4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1점도 지원받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그만큼 타선이 선발투수들을 지원해주지 못했고, 불펜이 마지막 순간 무너지며 패하는 경기가 이어졌다는 뜻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투-타 밸런스가 안 맞는다. 특히, 병살타가 많은 게 뼈아프다"고 현실을 냉정히 진단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안줘도 되는 점수를 쉽게 주고, 우리는 쉽게 점수를 낼 수 있는 찬스를 놓치고 있다"며 "선수들이 한 번에 찬스를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성급한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은 자신감 있게 시즌을 맞이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상황들이 발생하며 지는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 '작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우리 실력이 아니었나'라고 일찌감치 생각하는 순간 LG는 지난 10년의 악몽을 재현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하나하나 매듭을 풀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 감독도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와도 한꺼번에 치고 나가는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뭘 해도 되는 넥센

넥센은 뭘 해도 되는 집안의 분위기다. 지난 주중 KIA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후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을 스윕했다. 이 6경기를 통해 완전히 상승세를 타게 된 넥센이었다.


먼저 10일 KIA전이 반전의 시작이었다. 주전포수 허도환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백업 박동원이 제 컨디션이 아닌 가운데, 넥센 염경엽 감독은 외국인 선수 로티노 카드를 꺼내들었다. "포수 경력이 있다지만 웬만해서는 포수를 시키지 않겠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당시 경기 선발이 외국인 투수인 밴헤켄이었기 때문에 배티리 호흡에서 이점이 있다고 판단해 마련한 고육지책이었다. 이 경기에서 로티노가 포수로 완벽 데뷔를 하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자 팀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타자가 선발 라인업에서 밀려, 포수로 뛰게 됐는데도 눈에 불을 켜고 경기에 임하니 동료들의 마음 속에 '이만큼 우리 팀이 강하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고졸 신인 하영민의 완벽 데뷔전은 상승 분위기에 정점을 찍는 장면이었다. 넥센은 4연승을 거둔 후 13일 한화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 고졸 신인투수 하영민을 선발로 내세우는 강수를 뒀다. 프로 데뷔전. 냉정히 말해 감독 입장에서는 '버리는 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깜짝 호투를 해 이기면 정말 좋은 일이고, 져도 아쉬울게 없었다. 이미 목표로 한 승수를 쌓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영민이 한화 타선을 압도하며 자신의 시즌 첫 승을 거뒀고,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마무리 손승락의 부활도 힘이 됐다. 개막 후 2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던 손승락이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KIA와의 3연전, 한화와의 3연전 중 각각 2경기에서 세이브를 챙겼다. 또 LG와의 15, 16일 경기에 모두 등판해 세이브를 올렸다. 마무리 투수가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자 팀 전체에 힘이 붙는 모습이다.

넥센은 17일 LG와 3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선발 대결에서부터 넥센이 우세하다고 봐야 한다. 넥센 나이트, LG 신인 임지섭의 대결이다. 염 감독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내일 경기에는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우타자를 내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서건창 문우람 이성열 등 주축 좌타자들을 모두 빼고 우타자들을 투입해 신인 투수를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과연 이 카드까지 통할까. 이 경기에서 넥센이 승리를 거두며 2연속 3연전 스윕을 하며 8연승을 달리게 된다면 넥센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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