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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활약'은 아니다. 이제야 제대로 부활을 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기록상으로 볼때 이대형보다 더 뛰어난 리드오프감은 현재 없다. 그래서 이대형의 1번 낙점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리드 오프의 최대 미덕은 역시 출루율에 달려 있다. 어떻게든 많이 살아나가서 뒤에 있는 타자들에게 타점 기회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걸 잘해내면 당연히 개인의 출루율과 득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대형이 시범경기에서 이 두 부분 1위를 차지했다는 건 그만큼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증거다. KIA의 득점력도 동반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대형의 이같은 맹활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많은 팬들이 기억하는 이대형의 유쾌하지 못한 별명이 있다. 바로 '봄대형'이다. 최근 수 년간, 이대형이 LG에서 부진의 늪을 헤맸을 때에도 시범경기나 시즌 초반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시즌에 돌입하게되면 그런 맹활약의 기세는 금세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봄에만 맹활약한다는 의미로 '봄대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것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적지 않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 동료와의 호흡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팀에 오게됐을 경우 동료들과 얼마나 빠르고 깊게 융화될 수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대형은 이걸 해내고 있다. 고향팀인 KIA에 와서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이적생'이 아닌 기존 멤버의 하나처럼 깊이 녹아든 것이다. 이로 인해 마음의 부담을 털었고, 더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좋은 성적은 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기술적인 보완이다. LG시절의 약점이었던 타격 중심축의 빠른 붕괴를 막기 위해 이대형은 타격시 최대한 중심축을 유지하며 공을 밀어치는 훈련을 했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이명수 타격코치와 함께 중점을 둔 부분이다. 효과는 꽤 좋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범경기의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중심이 남아있다보니 빗맞은 타구도 안타가 되는 경우도 여럿 나왔다.
이제 이대형은 본격적인 정규시즌을 맞이해 팀 공격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 어색함이 없이 새 팀에 녹아든 이대형이 시범경기 때의 부활 모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