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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구종별 역대 최고는 누구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3-20 06:45


해태 시절의 선동열의 투구 모습. 스포츠조선 DB

프로야구의 태동과 발전기였던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가 투수들의 주된 레퍼토리였다. 커터, 싱커,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등이 국내 프로야구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다.

90년대 한일슈퍼게임을 거쳐 외국인 선수 제도의 도입, 해외 진출 선수들의 등장, 지도자들의 해외 연수 등에 의해 구종의 다양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구종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한 두가지를 제대로 던지는 투수가 롱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구종별로 역대 최고의 투수는 누구일까. 직구는 단연 선동열이 꼽힌다. 85년 프로에 데뷔한 선동열은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만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의 직구는 공끝의 묵직함과 제구가 당대 최고였다. 80년대 당시 전광판에 찍힌 선동열 직구의 구속은 평균 145~146㎞ 정도였다. 최고 150㎞를 웃돌기도 했지만, 스피드보다는 공끝의 위력에서 타자들이 압도당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선동열은 투구폼이 상체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서 공을 놓기 때문에 체감 속도는 훨씬 빨랐다"고 기억했다.

직구만 놓고 본다면 박동희도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제구력에 있어서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150㎞를 웃도는 강속구가 몸쪽을 파고들 경우 움찔하는 타자들이 많았다.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각도 역시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슬라이더 역시 선동열이 대가였다. 떨어지는 각도가 컸을 뿐만 아니라 스피드와 제구력이 모두 동반됐다. 알고도 못치는 것이 선동열의 슬라이더였다. 선동열은 유연한 체질에 타고난 성실성 덕분에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의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이 위원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윤석민의 슬라이더도 '역대급'으로 평가했다. 이 위원은 "꺾이는 각도가 전형적인 슬라이더다. 물론 제구도 되고 스피드도 좋다"고 설명했다.

커브는 최동원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폭포수처럼 떨어진다'는 표현을 가장 먼저 얻은 구종이 최동원의 커브다. 이 위원은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폭포수'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고 증언했다. 최동원은 150㎞를 넘나드는 직구와 커브로 84년 역대 한 시즌 최다인 22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당시 타자들은 강속구 뒤에 들어오는 폭포수 커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현역 선수중에서는 삼성 윤성환과 KIA 김진우의 커브가 으뜸으로 꼽힌다.

오프스피드 구종인 체인지업과 포크볼 부분에서는 정민태가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다. 정민태는 빠른 직구와 소위 '반포크볼'로 불리는 오프스피드 구종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물론 제구력도 동반이 됐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SK 윤희상이 최고의 포크볼러 꼽히며, LA 다저스 류현진의 체인지업도 국내 시절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정민태는 토종 마지막 20승 투수다.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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