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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태동과 발전기였던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가 투수들의 주된 레퍼토리였다. 커터, 싱커,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등이 국내 프로야구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다.
직구만 놓고 본다면 박동희도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제구력에 있어서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150㎞를 웃도는 강속구가 몸쪽을 파고들 경우 움찔하는 타자들이 많았다.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각도 역시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슬라이더 역시 선동열이 대가였다. 떨어지는 각도가 컸을 뿐만 아니라 스피드와 제구력이 모두 동반됐다. 알고도 못치는 것이 선동열의 슬라이더였다. 선동열은 유연한 체질에 타고난 성실성 덕분에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의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이 위원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윤석민의 슬라이더도 '역대급'으로 평가했다. 이 위원은 "꺾이는 각도가 전형적인 슬라이더다. 물론 제구도 되고 스피드도 좋다"고 설명했다.
오프스피드 구종인 체인지업과 포크볼 부분에서는 정민태가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다. 정민태는 빠른 직구와 소위 '반포크볼'로 불리는 오프스피드 구종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물론 제구력도 동반이 됐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SK 윤희상이 최고의 포크볼러 꼽히며, LA 다저스 류현진의 체인지업도 국내 시절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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