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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의 마이너리그행 확정, 오히려 기회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3-20 08:38


윤석민이 볼티모어 공식 입단식에서 벅 쇼월터 감독(왼쪽), 댄 듀켓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볼티모어 구단 트위터

첫 피홈런과 마이너리그행 통보가 연달아 날아들었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소속의 우완투수 윤석민(28)은 결국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게 됐다. 시범경기를 통해 윤석민을 지켜본 볼티모어 구단이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앞서 윤석민은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에서 첫 홈런을 허용했다. 첫 피홈런과 마이너리그행 통보, 서로 연관성이 있을까. 혹시 홈런을 내준 것이 나쁜 평가로 이어진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사건간에 연관성은 없다. 윤석민은 홈런을 맞긴 했지만, 시범경기 두 번째 피칭에서 꽤 의미있는 경기를 했고, 마이너리그행도 이미 예정돼 있던 결정이다. 특히나 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하는 것은 오히려 윤석민에게 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전혀 실망할 필요가 없다.

우선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 윤석민은 2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다. 팀이 2-6으로 뒤진 5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윤석민은 2이닝 동안 1안타(1홈런) 1삼진으로 1점을 내줬다. 투구수는 24개로 깔끔했다. 이로써 윤석민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3.00이 됐다.

홈런은 5회 2사 후 나왔다. 세 번째 상대인 닉스에게 볼카운트 3B1S에서 던진 5구째 90마일짜리 패스트볼(시속 145㎞)이 한 가운데로 몰리며 좌월 솔로홈런을 얻어맞았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만에 허용하는 홈런이다. 변화구의 제구가 갑자기 흔들리면서 첫 3개의 공을 연속 볼로 내준 게 화근이었다.

그러나 이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윤석민의 이날 피칭은 꽤 깔끔했다. 기본적으로 이닝당 투구수가 12개 밖에 안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군더더기 없는 전형적인 선발투수의 이닝당 투구수다. 윤석민이 어쩌면 일부러 빠른 승부를 통해 투구수를 줄이면서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선발 가능성을 어필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타자들과의 승부도 깔끔했다. 첫 상대인 포시테는 주무기인 슬라이더(시속 137㎞)를 던져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후속 가이어도 역시 138㎞의 슬라이더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 비록 닉스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 상대 샌즈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5회를 마쳤다.

6회는 퍼펙트 이닝. 선두타자 카살리를 우익수 뜬공, 대타 크리스티안을 유격수 땅볼, 베터밋을 헛스윙 삼진으로 각각 돌려세웠다. 이 또한 윤석민이 처음 달성하는 삼진 기록이다. 시속 124㎞의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베터밋의 배트가 맥없이 돌아갔다.


지난 16일 뉴욕 양키스전 때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한 데뷔전을 치르며 운좋게 구원승을 따냈던 윤석민은 두 번째 등판에서는 소화 이닝을 늘렸다. 몸상태와 컨디션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영리한 피칭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공격적이고 빠른 승부를 한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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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를 마친 후 볼티모어 구단은 윤석민을 트리플A 노포크로 보낸다고 발표했다. 경기가 끝나고 바로 발표된 것을 볼때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다. 이미 두 번째 등판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구단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결정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윤석민에게 좀 더 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평가절하일까. 정황상 전자쪽에 설득력이 있다. 벅 쇼월터 감독은 탬파베이전을 마친 뒤 "적절한 때에 윤석민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분명히 윤석민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윤석민도 이런 구단의 움직임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의 윤석민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맞다. 볼티모어와 2월에야 계약했고, 또 취업비자 문제 때문에 시범경기 합류도 늦었다. 운동은 꾸준히 해왔지만, 실전에서 공을 던지는 연습은 부족하다. 게다가 현재 볼티모어 메이저리그에는 선발투수들이 넘쳐난다. 윤석민이 빅리그에 잔류한다면 기껏해야 불펜밖에 할 수 없다. 윤석민에게는 손해다.

결국 트리플A에서 속편하게 선발로 나가면서 실전감각을 쌓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 그러면서 소화 이닝수와 투구수를 늘려간다면 분명 빅리그 진입의 기회는 온다. 윤석민에게 기회는 앞으로 더 많이 열려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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