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을 친 SK의 거포 루크 스캇이 18일 광주 KIA전에서 시범경기 첫 홈런을 터뜨렸다. 그는 시즌 준비가 잘 돼가고 있다는 말로 현재의 컨디션을 설명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SK가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 거포 출신 루크 스캇(36)을 영입했을 때 사람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
지난 시즌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1리, 9홈런, 40타점을 올린데다 통산 135개의 홈런을 때린 거물급이기 때문이었다. 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입단시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홈런수가 2000년 삼성 훌리오 프랑코(141홈런) 다음으로 많다. 불과 4년전인 2010년에는 27홈런을 때렸고, 2011년관 2012년에는 연봉이 각각 640만달러, 500만달러였다.
하지만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수준급 외야수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스캇의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최근 3년간 2할대 타율에 머물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탓에 마땅한 팀을 찾지 못했다. 사실 SK의 영입 타자 후보에도 스캇은 3순위 이하였다. 그러나 일본 오키나와에서 현역 메이저리그 출신다운 타격과 마인드를 보여주자 기대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타석에서의 인내와 간결한 스윙, 경기마다 지니는 뚜렷한 목표 의식은 동료 타자들에게 모범이 됐다. 메이저리그 시절 터득한 몸관리법이나 훈련법을 소개해주며 팀융화에도 적극 힘쓰자 이만수 감독도 칭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타석에 들어서기전 레벨 스윙과 정확히 맞히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4각형 각목으로 연습을 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시범경기 들어 스캇은 좀처럼 장타를 날리지 못했다. 적어도 18일 광주 KIA전에서 첫 홈런을 날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5경기에 출전해 15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5개를 얻은게 전부였다. 하지만 스캇의 실력은 드러나는 기록에 있었던 게 아니다. 안타를 많이 만들지는 못했지만, 삼진은 단 한 차례도 당하지 않았다. 국내 야구의 스트라이크존과 투수들의 성향을 익히는데 신경을 썼다.
이날 KIA전에서 마침내 대포를 쏘아올렸다. 1-4로 뒤지고 있던 8회 1사 1,2루서 박준표의 133㎞짜리 싱커가 한복판으로 떨어지자 호쾌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우중간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125m짜리 대형 홈런으로 연결됐다. 9회에도 좌중간으로 떨어지는 2루타를 날리며 장타 감각을 이어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스캇은 경기 목표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경기후 스캇은 "세 번째 타석까지는 짧게 치고, 4번째 타석에 들어서기에 앞서서는 팔로스루를 길게 하는 스윙을 연습했다. 그게 홈런을 친 힘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홈런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홈런, 타점보다는 내가 생각한대로 맞아 떨어져 가고 있고 준비가 잘 돼 가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타격감과 몸상태를 시즌 개막에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스캇은 SK 전훈 캠프에 합류한 이후 지금까지 부상 때문에 훈련을 빠지거나 경기에 나서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날까지 6차례 시범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했고, 경기전 훈련도 빠짐없이 소화하고 있다. 몸 상태는 팀내에서 가장 좋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메이저리그 출신임에도 타격과 훈련때 자신의 노하우를 유지하면서 한국 야구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그의 이같은 '마인드'는 매경기 목표 의식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는데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실 이날 홈런을 친 뒤 "준비가 잘 돼가고 있다"고 자평한 것도 나름대로 만족의 표현이다. 스캇이 숨겨놓은 실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