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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음'을 극복해야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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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IA의 경기력에 어쩌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요소다. 바로 새로운 홈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홈구장에서는 시즌 경기수의 절반을 치러야 한다. 때문에 홈구장은 선수들이 가장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 돼야 한다. 좋은 시설은 필수다.
그러나 KIA 선수들이 이 시설에 익숙해질 시간이 그간 별로 없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3월 초에 국내로 복귀했는데, 곧바로 야구장을 쓰지는 못했다. 지난 15일 개장경기를 통해 처음으로 새 구장에서 실전을 경험했다. 선수들의 평가는 "시설은 좋아졌는데, 아직은 낯설다"가 주를 이룬다.
특히 완전히 다져지지 않은 그라운드, 그리고 1-3루 파울지역 쪽에 툭 튀어나온 '써프라이즈 존'은 내야 수비의 변수다. 베테랑 내야수 이범호는 "구장의 형태를 분명 인지하고 있더라도 경기에 몰입하다보면 잠시 헷갈릴 수 있다. 그라운드 바운드에 관한 정보, 그리고 페어지역에서 펜스까지의 거리를 실전을 통해 측정하고 몸에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하나 적응해야 할 것은 바로 밤에 조명이 켜졌을 때 외야 타구 수비에 관한 점이다. 새 야구장은 관중 편의를 위해 외야전광판이 동북동 방향을 향해 있다. 그래서 홈플레이트와 1, 3루측 관중들이 햇빛을 정면으로 보지 않게 됐다. 그러나 외야에서 홈플레이트쪽을 보고 있는 외야수들은 약간 불편한 점이 있다. 특히 석양빛이 시야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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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KIA가 올 시즌 익숙해져야 할 부분은 바로 세 명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활용방안이다. 이른바 '외국인 시프트'라고 할 수 있다.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3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여기서 한 경기에 동시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2명 뿐이다. 선발 2명에 타자 1명으로 이뤄진 다른 팀은 이런 규정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KIA는 외인 구성이 '선발-타자-마무리'로 돼 있다. 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외인 선발 홀튼이 나오는 날에는 선택을 해야 한다. 마무리 어센시오를 쓰느냐, 아니면 타자 필을 쓰느냐다.
얼핏 생각하면 '선발-마무리'의 조합이 가장 전력을 극대화 시킬 것 같다. 하지만 단언하긴 어렵다. 경기 막판에 점수가 막상막하인 상황을 떠올려보자. 결승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확실한 대타 요원이 필요하다. 마무리는 이기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오기 어렵다.
구체적인 예는 이렇다. 홀튼이 6회까지 2실점으로 버텼다. 타선은 4점 정도를 뽑았다고 해보자. 4-2로 앞선 7회. 하필 중간계투진이 동점을 허용했다. 4-4에서 8회말 KIA의 공격이다. 2사 만루. 대타 요원이 필요한 상황. 아무리 찾아봐도 필 이상의 대타감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센시오를 9회초나 혹은 연장 이후 쓰기 위해 필의 대타 카드를 포기해야 할까.
결정은 KIA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기민한 대처는 분명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