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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올시즌부터 확대된 메이저리그의 비디오 판독을 체험했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한 셈이 됐다.
1사 2,3루 위기. 류현진은 조단 파체코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타구를 잡은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는 홈으로 강하게 송구했고, 3루주자 맥브라이드는 포수 A.J.엘리스의 태그에 아웃 판정을 받았다. 3아웃, 이닝 종료였다.
하지만 콜로라도의 월트 와이스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맥브라이드가 엘리스의 미트를 피해 홈을 먼저 터치했다는 것이었다. 판독 결과, 콜로라도 벤치의 어필이 맞았다. 엘리스의 미트는 맥브라이드를 살짝 비켜나갔다.
비디오 판독에 평소 공수교대 시간 정도가 소요됐지만, 선수들에겐 맥 빠지는 상황이었다. 투수 역시 긴장이 풀어지려는 찰나에 다시 투구를 속개해야 하는 악조건이 펼쳐졌다.
하지만 류현진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평소 '허허실실' 피칭을 선보이는 류현진은 마운드에 올라 다음 타자 DJ 르마이유를 초구에 2루수 뜬공으로 잡았다. 류현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덕아웃으로 향했다.
지난 2008년 비디오 판독을 처음 도입한 메이저리그는 홈런 판정에 국한됐던 판독 상황을 올시즌 13개 분야로 확대했다. 비디오 판독 확대안으로 인해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제외하고 판정에 대한 갈등이 야기될 수 있는 대다수 상황이 포함됐다.
하지만 기계의 힘을 빌리게 되면서 경기의 흐름이 끊기게 됐다. 이에 MLB 사무국은 경기당 1회씩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비디오 판독 결과 판정이 번복될 경우, 해당팀은 판독권을 1회 더 얻게 된다. 또한 7회 이후에는 심판조 조장에게 비디오 판독 결정권을 줘 경기 막판 불필요한 어필로 흐름이 끊기는 상황을 차단했다.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에게 흐름은 중요하다. 경기 외적인 상황으로 투구가 중단될 경우, 리듬이 깨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이 닥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류현진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