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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선수에게 보직을 통보한다. 보통 캠프 기간 내내 경쟁을 통해 보직을 확정짓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선수에게 "선발로 준비해라" 혹은 "불펜이다"라는 식으로 미리 보직을 정해준다.
염 감독처럼 캠프 때부터 1,2군 선수들의 보직을 정해놓는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2군에서 던지던 선발로테이션에 맞춰 1군에서 던지면 그만이다. 공 개수에도 문제가 없다.
염 감독은 지난해 8~9명 가량의 투수를 1군 선발 자원으로 분류해놨다. 기존 선발진에서 김병현과 김영민이 제 역할을 못하자, 선발과 롱릴리프를 겸하던 문성현과 오재영으로 빠르게 대체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김상수 장시환 등이 예비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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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복귀 후 김대우의 보직은 불펜이 아닌 선발이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김대우에게 선발로 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김대우는 16일 창원 NC전에서 첫 시범경기 등판을 가졌다. 공언한대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염 감독은 올시즌 6명의 선발투수를 기본으로 예비 자원들을 두고 시즌을 운영할 생각이다. 나이트와 밴헤켄 원투펀치에 강윤구 문성현 오재영이 뒤를 받친다. 금민철은 6선발로 상황에 따라 로테이션에 들어간다.
150㎞대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조상우의 가세로 넥센의 불펜진은 한층 두터워졌다. 지난해 1군에서 뛴 선수 중 2명 정도가 2군으로 내려가야 할 정도로 자리가 부족하다. 김대우를 불펜으로 준비시킨다면, 1군에서 쓸 기회가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성장을 위해서도 선발로 준비시키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염 감독은 "우리 팀에 언더핸드 선발투수가 없다. 선발로 준비하면, 선발과 불펜 모두 활용이 가능하다"며 "현재 대우의 제구력으론 승리조로 쓸 수 없다. 제구가 왔다 갔다 하는 상태에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그럴 바엔 장기적으로 선발로 준비시키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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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감독은 "지광이는 발전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타자로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낮게 들어오는 공을 잘 공략한다. 하지만 2군에서 좀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1군에서 대타나 대수비로 쓸 바엔 올리지 않는 게 낫다. 1군에 오면 바로 주전으로 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우와 강지광에서 나타나듯, 염 감독에겐 선수들의 기용법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당장 경쟁을 통해 이들의 기를 죽이기 보다는 2군에서 성장할 시간을 갖고 1군에 올라오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김대우는 이날 첫 선발등판에서 4이닝 동안 5안타 1볼넷을 내주고 삼진 3개를 잡아내며 2실점했다. 군제대 후 복귀전 치고 나쁘지 않았다. 강지광은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두 차례나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염 감독은 팀의 미래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