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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우려는 단지 '기우'였다. 단지 적응 과정에 시간이 조금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적응의 한 과정일 뿐이었다. 한국 투수들의 성향과 스트라이크존을 눈에 익히고, 다시 원래 위치인 1루로 돌아오자 필은 정확함을 과시했다. 이날 필은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3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필은 1회초 1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넥센 에이스 나이트. 필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낸 뒤 2구째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나이트의 체인지업에 헛손질. 볼카운트가 2S로 불리해졌다. 그러자 필은 조금 신중해졌다. 3구째 볼을 골라낸 뒤 4구째는 파울, 다시 5구째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 그리고 6구째에 가볍게 공을 받아쳐 좌전안타. 시범경기 첫 안타는 힘겹게 나왔다.
3회에 내야 땅볼로 선행주자가 아웃되는 사이 다시 1루를 밟은 필은 또 득점에 성공했다. 나지완의 안타, 김주형의 볼넷으로 3루까지 나간 뒤 이종환의 좌전적시타 때 여유있게 홈에서 세이프. 두 번 1루를 밟아 모두 홈까지 들어왔다.
타점도 처음으로 기록했다. 4회초 2사 1, 2루였다. 패턴은 1회와 약간 비슷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보내고, 2구째는 파울. 볼카운트 2S의 불리한 상황에서 정확한 맞히기로 중전 적시타를 날려 3루주자 이대형을 홈에 불러들였다. 멀티히트 달성. 이어 필은 7회에도 안타를 추가했다. 이번에는 넥센 네 번째 투수 조덕길을 만나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친 뒤 대주자 박기남으로 교체됐다. 이미 자신이 맡은 임무는 100% 달성한 뒤였다.
무엇보다 필이 3안타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 개의 안타가 모두 불리한 2S 이후 볼카운트에서 나왔다. 1회는 2B2S, 3회는 2S 그리고 7회는 풀카운트다. 처음에는 공격적으로 스윙을 한 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스트라이크존을 좁히고 콘택트에 초점을 맞춘 팀배팅을 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은 필이 정확한 선구안과 배트 콘트롤 능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필은 "볼카운트가 불리해진 뒤에는 공을 좀 더 여유있게 자세히 보고 정확히 맞히려고 한다"면서 자신의 타격 스타일을 설명했다.
경기 후 필은 "아직 시범경기라 컨디션과 감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정규시즌이 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부진했던 모습은 이 말로 설명이 된다. 그는 한국 투수들에 대해 "구속 변화와 제구가 뛰어나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면서 한층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필이 점점 제 기량을 회복할 수록 KIA의 공격력은 한층 정교해질 수 있다. 넥센전은 시작일 뿐이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