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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IA의 가장 큰 소득은 바로 신종길의 재발견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좀처럼 잠재력을 뿜어내지 못했던 '만년 유망주' 신종길은 지난해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제대로 된 커리어를 만들었다. 이제 신종길은 어엿한 KIA의 외야 주전선수가 됐다. 공격과 수비에서 매우 중요한 몫을 책임진다.
이런 김주형의 분전은 스프링캠프부터 예감됐다. 김주형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쏟아내며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알토란같은 타격 솜씨를 과시한 것. 타율 3할3푼3리(21타수 7안타)를 기록했는데, 7개의 안타 가운데 3개를 담장 밖으로 넘기는 괴력을 과시했다. 타점도 7개나 쓸어담았다. 홈런과 타점에서 팀내 1위에 올랐다.
KIA 선동열 감독은 이런 활약을 펼친 김주형을 주저없이 스프링캠프 MVP로 손꼽았다. 그러면서 "머리가 아파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슨 뜻일까. 김주형이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해주면서 팀내 경쟁구도가 한층 더 뜨거워져 주전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쪽으로의 두통이다.
아예 필을 밀어내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최근의 분위기로는 꽤 현실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필이 예상외로 저조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스프링캠프에서 필은 25타수 5안타로 타율이 2할밖에 안됐다. 홈런은 없었고, 병살타가 2개로 팀내 공동 1위였다. 타석에서 지나치게 신중하다보니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번 시범경기 기간에도 이런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필은 3차례 시범경기에 출전했지만 아직 단 1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주 포지션인 1루 외에 외야수로도 선을 보였는데, 수비 실력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물론 아직 시범경기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필이 이 시기를 통해 적응을 마친 뒤 정규시즌에서는 맹타를 뿜어낼 수 있다. 가능성은 끝까지 열어놔야 한다. 하지만 어쨌든 김주형이 필을 위협하거나 압도할만한 위치까지 성장한 점도 인정해야 한다.
김주형은 게다가 3루 수비도 된다. 이범호가 아프거나 지쳤을 때 뛰어난 백업 옵션이 될 수 있다. 이런 점 역시 김주형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다. 어쨌든 중요한 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의 좋은 타격감을 정규시즌에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이게 되면 김주형은 '제2의 신종길'이 될 수 있다. 과연 김주형이 올해 KIA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