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신감을 느낀다."
지난 3년간 LG의 마운드를 지켜오며 실력도 늘고, 저도 많이 들었던 리즈다. LG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주저없이 리즈와의 재계약을 선택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오른쪽 무릎 미세 골절상이 발견됐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치료, 재활에 4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당장 시즌을 치러야하는 LG는 새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면서도 리즈의 치료와 재활을 정성껏 지원했다. 재활을 잘 마친다면 무더운 6월 말 승부처에서 리즈 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동안 리즈를 데리고 있으면서 치료를 도왔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로 넘어와야 해서 리즈와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LG 백순길 단장은 출국 전 리즈에게 아침 식사를 직접 사주며 "네가 3년동안 고생한게 있어 몇달 쉬라고 하는건가보다"라며 위로를 건넸다. 또, 리즈가 원한다면 한국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리즈가 "어차피 뼈 붙는 기간에는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에 가있겠다"며 안심을 시켰다고 한다.
왜 리즈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을까.
재밌는 건 리즈의 계약 내용이다.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하기야 6월까지 공을 던지지 못할 투수에게 정식 메어지리그 계약을 할 멍청한 구단은 없다. 이렇게 되면 리즈는 통상적으로 많아야 10만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게 된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리즈의 선택이다. 한국 상황과 정서를 잘 아는 리즈라면, 굳이 무리해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6월까지 차분하게 몸을 잘 만들고, 남은 시즌 LG에서 열심히 공을 던진다면 훨씬 편하게, 훨씬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좋은 관점으로 바라보자면 메이저리그에 대한 리즈의 열망이다. 리즈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구단쪽에도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부상 때문에 LG와의 재계약이 무산된 상황에서 항상 꿈꾸던 메이저리그 구단의 유혹을 참지 못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리즈는 고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토론토 관계자들이 직접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날아가 리즈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너리그 선수를 이렇게 극진히 모시는 구단은 없다. 여기에 부상 선수다. 그만큼 토론토측에서 리즈에 대한 매력을 느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60km의 강속구를 뿌리는데다 한국에서 제구까지 가다듬었다. 가정이지만, 토론토가 리즈에 "몸을 잘 만들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옵션 등으로 많은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면 리즈에게도 솔깃한 제안이 된다. 토론토도 리즈가 메이저리그에서 잘 던지지 못했을 때 냉정히 그를 포기하면 그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