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쭉해진 김선규, LG 불펜 활력소 될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3-02 10:42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LG 트윈스 선수단이 20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7회초 마운드에 오른 LG 김선규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오키나와(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2.20

"진짜 공이 무서울 정도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있는 LG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칭찬하는 선수가 있다. 사이드암 투수 김선규다. LG 김기태 감독은 "2년 전 일본 한신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었다. 일본에만 오면 최고의 공을 던진다. 올해도 마찬가지다"라며 껄껄 웃었다. 그만큼 스프링캠프에서는 성실히 몸을 만들어 좋은 공을 뿌려왔다는 뜻.

하지만 정규시즌에만 들어가면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구위는 좋지만 제구에서 안정감을 주지 못하니, 붙박이 1군 불펜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이, LG 불펜은 신-구 조화를 이루며 더욱 강력해졌다. 프로에서 피할 수 없는게 경쟁이라고 하지만, 정말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김선규는 2014 시즌을 앞두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일단 가장 달라진건 체중. 지난해 11월 있었던 고지 마무리캠프에 합류하기 전 체중이 101kg이었다. 하지만 현재 체중은 80kg 후반대다. 김선규는 "살이 붙으니 둔해지고 게을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투수가 한 번에 체중을 많이 빼면 구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싶어 체중 감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일단 성공적이다. 구위가 떨어지기는 커녕,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다. 김선규는 몸을 많이 꼰 후 반동을 이용해 공을 던지는 투구폼이다. 살이 빠지니 몸의 회전력이 더욱 좋아져 강한 공을 뿌릴 수 있게 됐다.

김선규가 올해 1군에 자리를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이번 시즌 LG 불펜은 기존 이동현, 정현욱, 유원상, 류택현, 이상열 등이 건재한 가운데 김선규와 같은 사이드암인 신승현이 합류했고, 유망주 정찬헌도 좋은 구위를 뽐내고 있다. 또, 선발 경쟁에서 밀린 투수들이 중간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물론, 이름값 만으로 팀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김선규도 현재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김선규는 "올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고 하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매시즌 똑같은 마음이었다"며 "나는 정말 간절하게, 열심히 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었나보다"라고 지난 시즌들을 돌아봤다. 김선규는 지난해 LG가 가을야구를 하는 것을 보며 야구가 더욱 간절해졌다고 한다. 김선규는 "정말 야구가 하고 싶었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싶었다. 정말 부러웠다"고 말했다.

체중도 줄였지만, 정신무장도 다르게 했다. 김선규는 "팔이 아프다보니 150km가 되던 구속이 130km대로 떨어졌다. 그렇게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며 "올해는 한 번 부딪혀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류현진도 안타를 맞는게 야구다. 올해는 꼭 내 공을 던질 것이다"라는 각오를 당당히 밝혔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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