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든 일본 진출설을 대하는 SK의 자세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12-12 09:59


SK는 일본 진출설이 나도는 세든과의 재계약을 위해 구단 직원을 미국으로 보냈다. 만일 요미우리가 세든 영입에 뛰어든다면 SK로서는 사실상 붙잡아둘 방법이 없다. 이미 SK는 세든을 대신할 용병 후보들을 준비해 놓았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성공한 외국인 선수로는 타이론 우즈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 첫 해였던 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두산에서 174홈런 등 거포로 활약한 우즈는 일본에서는 요코하마와 주니치에서 2008년까지 뛰었다. 한국에서 기량을 닦은 뒤 일본에서 세 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하며 연봉이 6억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2002년 SK에서 활약했던 호세 페르난데스도 지바 롯데, 세이부, 라쿠텐을 거쳐 올시즌 오릭스에서 뛰며 거포로 이름을 떨쳤다. 오릭스는 내년이면 나이 40이 되는 페르난데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해 그는 현역을 연장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서게 됐다. 투수로는 세스 그레이싱어, 다니엘 리오스, 켈빈 히메네스 등이 한국 프로야구를 통해 기량을 인정받은 뒤 일본에 진출한 케이스다.

이들이 정든 한국을 버리고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몸값 때문이다. 일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첫 시즌에는 후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받는 연봉보다는 많다. 게다가 실력만 보여주면 다음 시즌 5배 이상 연봉을 올려주는 경우도 있다. 일본 구단이 이러한 조건을 들고 접근해 온다면 한국서 뛴 외국인 선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SK는 지난 2002년 45홈런을 친 페르난데스와의 재계약 방침을 정하고 협상 준비에 나섰지만, 지바 롯데가 영입 의사를 보이며 연봉 조건 등에서 강하게 나오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다. SK로서는 쓰라린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 SK는 외국인 선수 재계약과 관련,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올시즌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한 크리스 세든의 일본 진출설이 나돌고 있다. 최근 일본 언론은 '요미우리가 세든을 영입 용병 후보에 올려놓고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다른 팀도 아닌 명문 요미우리가 덤빈다면 SK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

SK 민경삼 단장은 "중간에서 에이전트가 협상술로 그런 말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요미우리가 실제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힘들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미국 캘리포니아로 세든측을 만나라고 운영팀장을 보냈다.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SK는 세든이 떠난 경우를 대비해 도미니칸윈터리그를 둘러보고 온 스카우트팀의 자료를 토대로 다른 외국인 선수를 후보로 준비해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세든과의 재계약이 최우선 순위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실제 경쟁이 벌어질 경우 요미우리와의 돈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가이다. 민 단장의 말대로 요미우리의 태도가 적극적이라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요미우리가 세든의 가치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지는 두고봐야 하는 일이다. 비슷한 수준이라면 세든이 SK를 떠날 이유는 없다. 더구나 국내의 외국인 선수 몸값도 현실화된지 오래다. 그래도 SK로서는 세든의 마음을 붙잡아 두려면 당초 준비한 안에서 업그레이드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가장 최근 일본에 진출한 한국 프로야구 용병은 지난 2010년 두산 히메네스다. 두산은 그해 14승을 올린 히메네스와의 재계약을 확신했지만, 라쿠텐에서 장기계약을 내거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들고 접근하는 바람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에도 일본 언론에서 히메네스가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두산은 이듬해 에이스 니퍼트에 대해서도 일본 진출설이 흘러나오자 구단 사장과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만나는 등 정성을 들인 끝에 재계약에 성공했다. 두산은 니퍼트에게 보장기간 2년 계약을 제시했다. 이번에 SK가 세든에 대해 어떤 결과물을 받아들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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