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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를 시켜주고 싶었다."
이 코치는 5회말이 종료되고 열린 '어깨왕 챌린지'에 나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멀리 공을 던진 선수를 가리는 이벤트. 이 코치는 예선에서 94m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결승에서 일본 포수 죠즈메(94m)에 1m 모자란 93m를 기록하며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이 코치는 6회부터는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2-6으로 뒤진 상황. 추격을 위해선 추가 실점은 없어야 했다. 어깨왕 이벤트로 몸이 풀린 듯 작심하고 공을 던졌다. 이 코치는 136㎞의 공을 던지며 한국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가 됐다.
6회와 7회는 삼진 1개씩을 포함해 삼자범퇴로 마쳤다. 공에 위력이 있었다. 일본 타자들은 갑자기 힘 있는 직구와 위력적인 변화구를 섞는 이 코치의 피칭에 당황했다. 이 코치는 현역 시절을 방불케 하는 커브를 비롯한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완급조절을 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 코치는 1사 1,2루 위기에 놓였지만, 카키우찌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죠즈메를 투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강습타구를 낚아내는 모습은 여느 프로 선수들 못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계속 추격했지만 5대6, 1점차로 석패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경기 후 만난 이대진 코치는 "손이 잘 안 움직인다. 2012년 여름에 LG 2군에서 던진 이후로 처음 던졌다. 예전 슈퍼게임 때 긴장했다면, 오늘은 즐긴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잘 던지면 계속 간다고는 했는데 손에 힘이 빠졌다. 그런데 8회에도 올라가라고 하시더라. 의외로 변화구가 잘 통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KIA는 전날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체력적으론 힘들었지만, 그동안 캠프에서 선수들과 함께 캐치볼도 하고 러닝도 했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싶었다.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계속 같이 했다"고 했다.
언젠간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향팀, 이 코치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 코치는 "KIA 선수들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넣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 고향팀에서 코치로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지도자로서도 오늘 잘 던진 게 잘 먹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은 이 코치의 3이닝 무실점 호투, 과연 그의 바람대로 KIA 투수들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