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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김진욱 감독의 전격경질을 어떻게 봐야할까.
그런데 정말 두산이 잘 못된 결정을 한 걸까.
냉정하게 한번 돌아보자. 김 전 감독은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지도력에 물음표가 붙었던 지도자이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투수 교체에 실패하고 용병술에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초반 2연패에 몰렸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3승1패의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다. 성격이 온화하고 이론에 밝지만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심지어 '선수들이 만든 우승 기회를 감독이 놓쳤다'는 말까지 나왔다.
구단은 김 전 감독의 한계를 분명이 알고 있었다. 사령탑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다면, 오히려 더 빨리 칼을 뽑았어야 했다. 그게 충격도 줄이고 모양새도 좋았을 것이다. 모기업 고위층의 결정이 늦어져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을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두산은 최근 10년 동안 8번이나 포스트 시즌에 오른 강팀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큰 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구단에 비해 적은 비용을 쓰면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선수로 키워내 팀을 살찌웠고, 효율적인 구단 운영으로 크게 인정을 받았다. 현장을 책임지고 이끄는 것은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선수지만, 이런 틀을 만든 건 두산 프런트의 힘이 컸다. 일부에서 과도한 프런트 야구라고 하는데, 많은 야구인들은 두산 프런트의 힘이 오늘의 '강한 두산'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한다. 구단 입장에서만 이기적으로 본다면 감독은 어디까지나 피고용인일 뿐이다.
FA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베테랑 김선우 임재철 이혜천이 떠나면서 두산은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됐다. 팀에 기여한 선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베테랑 선수를 내준 게 오히려 팀을 위해 잘 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다. 두산은 젊은 자원이 풍부한 팀이다. 세대교체를 통해 더 나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는 팀이다.
물론, 오랫동안 함께했던 선수와 계속 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다. 그러나 두산은 동호회 야구인팀이 아닌 프로 구단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게 진짜 프로다. 이런 면에서 두산은 크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