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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 에이스랑 붙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2013시즌 개막에 앞서 막연히 전경기 출전을 목표로 잡았는데, 128경기에 모두 나섰다. 시즌 타율 2할8푼2리, 15홈런, 72타점. 지난 해 71경기에서 타율 2할8푼3리, 4홈런, 22타점을 기록했으니 올 시즌 '김민성의 재발견'이라고 할만 하다. 시즌 초반 7~9번 타자로 나서다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강정호를 제치고 5번 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잠재력이 있는 유망주에 그쳤던 그가 히어로즈의 중심타자로 도약한 것이다.
득점권 타율 3할1리, 5홈런. 타석에서 주눅을 드는 법이 없는 강심장이다. 김민성은 자신이 다른 선수보다 대범한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최소한 야구를 할 때는 의식적으로 대범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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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불리기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파워를 끌어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구단 트레이너, 코칭스태프도 비슷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일찌감치 "너는 우리 팀의 주전 3루수다.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해보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때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였다. 무엇인가 확실하게 정해서 시즌을 치러보고 싶었다."
'몸을 완전히 바꾸는 게 힘들지 않았나'고 묻자 김민성은 "3루수로 포지션이 바뀐 게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민첩성이 필요한 유격수, 2루수로 있었다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김민성은 "나는 백업이나 중간 정도의 선수였다. 변신에 두려움이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주전 2루수로 낙점을 받았던 김민성은 개막전을 앞두고 열린 연습경기에서 갑자기 부상했다. 그가 없는 동안 서건창이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3루수로 위치를 바꿔야 했다. 그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와 2루수. 핫코너인 3루는 낯설었다. 처음에는 강습타구가 부담스러웠는데, 출전 경기수가 늘면서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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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겨울 롯데에서 히어로즈로 이적. 히어로즈는 롯데에 내야수 황재균을 내줬다. 황재균을 김민성보다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 히어로즈는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한 김민성의 잠재력에 베팅을 했고, 시간은 히어로즈의 이런 선택이 옳다는 걸 증명해줬다.
김민성은 "상대가 (황)재균이 형이라서 아니라 다른 팀으로 간다는 게 충격이었다. 한 번도 롯데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롯데팬들은 김민성에게 잘 돼서 다시 자이언츠에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김민성은 아직도 프로 첫 팀이었던 롯데에 애정이 간다고 했다. 트레이드는 충격있지만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신생팀 히어로즈는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김민성은 "히어로즈는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준 고마운 팀이다"라고 했다.
올시즌 허문회 타격코치의 도움이 컸다. 이전까지는 타격코치가 주로 타격 테크닉에 대한 이야기해줬는데, 허 코치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두려움을 없애줬다고 한다. 김민성은 "허 코치님이 '아까 타석에서 망설였지?'라고 지적했을 때 실제로 내가 그랬다는 걸 깨달았다. 허 코치님은 이런 심리 상태를 잘 읽고 적절하게 조언을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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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은 시즌 중간에 몇차례 언급한 것처럼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노리고 있다. 그는 "부담을 안 가지려고 하는데도 자꾸 압박감이 생긴다. 모든 걸 쏟아붓고 그 다음에 선택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룬 해였지만, 포스트 시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는 "한국시리즈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처음이다보니 선수들이 여유가 없었다. 준비를 하고 확실하게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경험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정규시즌 2~4위가 결정된 한화 이글스와의 최종전을 잊을 수가 없다. 이 경기에서 패하면서 히어로즈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고, 이틀 쉰 뒤 바로 준플레이오프에 나서야 했다.
김민성은 내년 시즌에는 히어로즈가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전력을 유지하면서 준비를 하면 더 강해지고,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