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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광풍이 남긴 것들은?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3-11-18 17:31


2013년 11월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꽤 오랫동안 회자될 날인 것 같다. 18일 최준석이 롯데와 계약하며 FA 광풍이 9일간 한국 프로야구를 휩쓸고 지나갔다. FA 광풍이 남겨놓은 것은 무엇일까.

로또

이전부터 FA를 로또에 비유하는 이들이 많았다. 스타급 FA들은 웬만한 사람들은 평생 만지기 힘든 액수를 턱턱 계약했었다. 하지만 2005년 심정수가 삼성과 계약한 60억원엔 미치지 못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은메달 등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늘어난 야구의 인기에도 적정선(?)은 유지됐었다. 하지만 9,10구단이 창단되면서 선수 수급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날로 커지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커지면서 성적에 대한 구단들의 압박은 점점 더 커졌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선 검증된 FA의 영입이 절실해졌다. 구단간의 '쩐의 전쟁'이 시작됐고, 스타급 선수들은 원하는 액수를 여유있게 기다리는 '갑'이 됐다. 강민호(75억원) 정근우(70억원) 이용규(67억원) 장원삼(60억원) 등 역대 최고금액 1∼4위가 모두 배출됐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100억원을 넘게 벌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불신

그러나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팽배해졌다. 우선협상기간엔 원소속구단만 협상을 할 수 있으나 일찌감치 타구단과 계약한 FA 선수에 대한 루머가 계속 나왔다. 이전부터 탬퍼링에 대한 얘기는 많았지만 이번엔 단장회의에서 서로 탬퍼링을 하지 않기로 굳게 약속했고, 적발됐을 경우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탬퍼링이 없었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FA 협상에 실패한 원소속구단 관계자 대부분은 "다른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라며 "물증이 없으니 뭐라 말할 수도 없다"고 했다.

계약한 액수에 대한 불신마저 생겼다. 최대어로 꼽히던 강민호가 75억원에 계약할 때부터 실제 금액이 더 많다는 말이 나돌았다. 롯데가 처음 제시한 금액자체가 이보다 컸다는 소문이 많았기 때문. 강민호가 미치지 않고서야 주겠다는 액수를 깎아서 계약할 리는 없다. 이후 쏟아진 대박 계약은 모두 강민호보다 낮은 액수였다. 정근우는 원소속팀 SK의 70억원은 뿌리치고 바로 몇시간 뒤 한화가 내민 70억원엔 도장을 찍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느 프로스포츠보다 투명하다고 자부한 프로야구에 불신의 금이 크게 생겼다.

빈익빈 부익부

누구나 FA 대박의 기쁨을 맞은 것은 아니다.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적은 액수로 계약한 선수는 권용관으로 원소속팀 LG와 우선협상기간 마지막날인 16일 1억원에 계약을 했다. 계약 기간도 1년밖에 얻지 못했다. 올시즌 타율 2할3푼1리에 4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내야수 백업요원으로는 좋은 역할을 했지만 내년이면 38세가 되는 많은 나이로 인해 타 팀의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강민호가 받게되는 75억원은 한국프로야구 최저 연봉 2400만원의. 312.5배나 되는 액수다. 팀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진다. 한편으론 누구든지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치열한 프로의 경쟁 세계에서는 실력이 곧 돈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이번 FA시장이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강민호 정근우 이용규 장원삼(왼쪽부터)은 거액의 FA계약을 했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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