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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전이 가장 참기 힘들었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2년 연속 MVP에 올랐다. 박병호는 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3년 프로야구 MVP 및 신인왕 시상식에서 또다시 주연으로 떠올랐다. 박병호는 기자단 투표에서 98표중 84표를 얻어 LG 이병규(8표), 삼성 배영수(5표), SK 세든(1표) 등 경쟁자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MVP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2년 연속 MVP는 2001~2003년 이승엽이 3년 연속 뽑힌 이후 처음이다.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 브랜드로 손색없는 위치까지 오른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MVP 수상 당시 "2군 선수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 넥센을 만나 인생이 잘 풀린 것 같다. (이장석)대표님께서 트레이드를 통해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이 자리를 통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연봉 인상을 기대하겠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올시즌 박병호는 소속팀 넥센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어엿한 거포로 성장했다.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정규시즌 한화와의 최종전을 아픈 기억으로 떠올린 것도 플레이오프 직행에 실패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박병호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우리가 처음으로 4강 진출을 확정한 날(9월28일 잠실 LG전 4대0 승)이지만, 시즌 최종전서 한화에 패한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이어 박병호는 "작년 이맘때는 연봉 이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보다 팀의 중심타자로서 더욱 많은 홈런과 타점을 올리겠다는 초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며 한층 성숙해진 면모를 드러냈다.
사실 박병호의 야구 인생은 한편의 '인생 극장'과도 같다. 성남고 시절 한 경기 4홈런을 치는 등 초고교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해 2년간 1군 백업과 2군을 전전하며 좌절의 나날을 보냈다. 2007년 상무에 입대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2009년 LG에 복귀한 후에도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부상이 발목을 잡기도 했고, 1군서 주전을 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 결국 2011년 7월30일 '버려지듯' 넥센으로 트레이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7.30 트레이드'는 전화위복이 됐다. 넥센의 박병호 영입은 32년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트레이드 사례로 인정받는다. 박병호는 이듬해인 2012년 타율 2할9푼에 31홈런, 105타점을 올리며 생애 첫 MVP에 선정됐다. 그해 박병호의 활약상은 압도적이었다. 한국의 거포 계보를 잇는 독보적인 홈런타자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올시즌에는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었다. 타율 3할1푼8리, 37홈런, 117타점의 성적으로 타격 4관왕에 올랐다. 박병호를 앞세운 넥센은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잔치에 등장했다. 2년 연속 MVP는 어찌보면 당연한 선물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침착했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강조했다. 박병호는 "내년에도 MVP를 받으면 좋겠지만, 앞으로도 내가 지켜야 될 것은 중심타자, 장타자로서의 역할이다. 다관왕 욕심은 없다. 홈런 40개를 치겠다는 것도 사실 부담된다. 타이틀 욕심보다는 더 많은 장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배인 이승엽과 이대호와의 비교에 대해서도 박병호는 "두 선배님이 대학생이라면 나는 아직 중학생에 불과하다. 나이나 경험이나 실력이 그렇다"면서 "이승엽 선배의 잠자리채 열풍을 저 뿐만 아니라 우리 홈런타자들이 하루빨리 재현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내년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