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위해' 이재학, 제 2의 이대호 될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11-05 08:16


4일 오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MVP, 최우수 신인 선수, 각 부문별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 선수상을 받은 NC 이재학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1.04.

"이 상은 꼭 할머니께 가져다 드릴겁니다."

프로선수가 생애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 그래서 어떻게 보면 최고 영예인 MVP보다 더욱 영광스러운 상일지도 모르겠다.

2013 시즌 프로야구 신인상 영광은 NC의 희망 이재학에게 돌아갔다. 이재학은 정규시즌 27경기 출전, 10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올시즌 1군에 합류한 막내 NC임을 감안할 때 외국인 선수가 아닌 신인급 토종 투수가 선발로테이션을 지킨 것은 물론, 평균자책점 부문 전체 2위를 기록한 자체가 경이롭다는게 야구계의 분석이었다. 이재학은 정규시즌 종료 후 실시된 기자단 투표 결과, 총 98표 중 77표를 획득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라이벌로 거론되돈 두산 유희관(13표)을 제쳤다. 이재학은 정규시즌 종료 직후 투표가 진행된 걸 모르고 "사실 희관이형이 포스트시즌에서 너무 잘 던져 희망을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지인께서 이미 투표가 완료됐다고 말씀해주셔서 그 때부터는 좋은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했다.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순진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 시상식 후 만난 이재학은 난생 처음 참석하는 큰 시상식 때문에 설굥摸 "정장을 새로 준비했다. 머리도 (정)수빈이(두산)가 알려준 미용실에 가서 만지고 왔다"고 소개했다.

이재학은 무대에 올라 담담히 수상 소감을 밝혔다. 특히, 마지막 수상 소감이 심금을 울렸다. 이재학은 "뒤에서 응원해준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TV로 이 모습을 보고 계실 할머니께 이 상을 꼭 가져다 드리겠다"고 밝혔다.

보통 손자가 큰 상을 탈 가능성이 높은 날은 부모 뿐 아니라 조부모도 시상식장을 찾아 축하해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재학의 할머니 김정자 여사(72)는 TV로밖에 손자의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이재학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나를 잘 키워주셨다. 그런데 지금은 몸이 아프셔서 병원에 계신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이재학을 돌본 할머니는 2년 전부터 병상 투병 중이다. 이재학은 "항상 할머니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효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시즌 페이스가 좋을 때 할머니께서 많이 아프셔서 손자가 경기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하신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금은 일본프로야구 무대를 호령하는 등 한국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이대호(오릭스)도 자신을 어릴 적부터 키워준 할머니를 위해 야구를 했고,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대호는 오릭스 입단 당시 할머니의 이름(오분이) 중 오와 이를 따 등번호 25번을 결정해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할머니를 위해 더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이재학. 제 2의 이대호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그의 미래가 밝다는 건 현재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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