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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개막한 24일 대구구장에 반가운 손님이 또 찾아왔다.
삼성의 우승을 기원하는 영물이자 우승 보증수표였다.
삼성 구단은 이날 백사자 2마리를 선보였다. 경기도 용인의 삼성 에버랜드에서 모셔온 손님이다.
이들은 지난 8월 28일 태어난 수컷 형제다. 삼성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사자를 동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03년 9월 이승엽이 최다홈런 기록을 앞두고 있을 때 그 유명한 '여비'가 대구구장을 방문해 이승엽의 기록달성을 기원했다.
'여비'는 1999년 삼성에서 뛰고 있던 이승엽이 43호 홈런으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뒤 이를 기념해 갓 태어난 사자를 만나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지난해에는 '여비'의 외손자가 한국시리즈 진출을 기념해 대구구장을 찾았다. 삼성 라이온즈라는 팀 이름에 걸맞게 사자를 이용한 이벤트를 펼친 것인데 공교롭게도 효과를 봤다.
삼성은 지난해의 기분좋은 추억을 되살려 이번에도 '사자쇼'를 선사한 것이다. 올해 선보인 사자는 이전과 좀 다르다.
'여비' 집안과는 관계가 없는 뉴 페이스다.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이들 사자는 에버랜드 사자 가운데 대표 주자인 스노걸(엄마)과 타우(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노걸과 타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물건너 왔다.
누런 빛깔의 '여비'와 달리 백사자라는 게 흥미롭다. 백사자는 일반 빛깔의 사자에 비해 더 용맹하다는 게 에버랜드측의 설명이다. 특히 아기사자들의 아빠는 에버랜드의 생태형 사파리 '로스트밸리'에서 대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다.
작년처럼 '여비'의 외손자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두 살이 되면서 몸집이 이미 100kg 가까이 커 버려서 안전을 위해 아기 백사자를 택했다. 백사자는 국내에서 에버랜드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아기 형제를 포함해 총 7마리가 있다고.
아기 백사자를 데려오는 과정도 특수작전을 방불케 했다. 아기들이라 멀미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되는데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하신 몸이기 때문이다.
전담 수의사와 사육사를 동원한 에버랜드는 아기 사자들을 특수 수송용 우리에 넣은 뒤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g을 넘지 않고 조심스럽게 달려왔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덜컹거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빠르고 편리한 KTX를 이용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용인 에버랜드에서 낮 12시에 출발한 수송팀은 대구구장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아직 고기를 먹지 못해 도착하자마자 분유로 배를 잔뜩 채운 백사자는 류중일 감독과 주장 최형우의 품에 안겨 재롱을 떨었고 우승의 기운도 불어넣어줬다.
에버랜드 홍보그룹의 하우종 과장은 "백사자는 전세계에도 300여마리가 남은 희귀종이다. 라이언킹 아빠의 용맹함을 이어받았으니 삼성도 또 우승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금명간 일반인 공모전을 통해 예쁜 이름도 지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