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준PO]왕초보 박병호, 베테랑 두산을 울렸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10-08 22:00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2사 넥센 박병호가 중월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0.08/



8일부터 열전에 들어간 2013시즌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의 대표 화두는 초보와 베테랑이다.

넥센은 2008년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잔치에 합류한 100% 초보다. 반면 프로야구 1호 팀인 두산은 출범 원년인 1982년 우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전통깊은 베테랑이다.

포스트시즌 경험에서는 넥센 타자들을 통틀어도 두산의 고참 홍성흔 1명에게도 미치지 못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1999년 프로에 데뷔한 홍성흔은 올해까지 15시즌 동안 12차례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고, 8일 넥센과의 1차전에서 총 출전 경기수를 86으로 늘렸다. 이는 역대 포스트시즌 개인 출전 경기수 랭킹에서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단기전 승부에서 두산의 노련미가 훨씬 앞설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당백'이 있었다. 홍성흔을 비롯해 가을야구의 맛을 잘 아는 선수가 즐비한 두산을 코를 납작하게 만든 왕초보가 등장한 것이다.

넥센의 간판 타자 박병호가 일당백의 용사였다. 흔히 프로야구를 비롯한 대부분 프로 스포츠 감독들은 단기전 포스트시즌에 돌입할 때가 되면 "누구 하나 미쳐주면 좋겠는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른바 깜짝 스타가 등장해서 미쳐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다. 오히려 평소 경기 잘하고 한몫 해줄 거라고 믿었던 선수가 기대에 부응해주면 감독이나 선수단으로서는 단기전을 풀어나가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 몫을 박병호가 해낸 것이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은 초보지만 고기맛은 어느 정도 아는 선수다.

지난해 홈런 31개를 쳤던 그는 올시즌 37개로 늘리며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평균 타율도 지난해 2할9푼에서 올해 3할1푼8리로 끌어올리며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이처럼 무서운 초보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PO 1차전에서 4대3 승리를 거두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

1-0으로 리드를 잡기 시작한 1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외야 펜스 중앙을 훌쩍 넘기는 솔로포로 두산의 노련미에 비수를 꽂았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뜨린 박병호는 역대 포스트시즌 10번째로 첫 타석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박병호 개인적으로도 또다른 의미가 담긴 포스트시즌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올시즌 두산전 평균 타율이 4할로 팀 내에서 가장 강한 선수다. 홈런도 두산을 상대로 5개를 뽑아내 KIA전(8개)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두산 선발 니퍼트를 상대로는 평균 타율 2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홈런은 1개도 뽑아내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정작 큰무대에 와서 니퍼트 징크스를 날려버린 것이다. 두산은 박병호의 깜짝 공세에 기가 눌린 나머지 2-2로 맞서던 3회말 1사 2,3루에서 박병호를 맞이하자 고의4구로 피해갔다.

전날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위기 상황때 타자 박병호를 맞이하면 "거르겠다"며 경계 대상 1호로 꼽았던 두산 김진욱 감독의 말이 그대로 반영된 장면이었다.

박병호는 6회말 2사 후 2루 주자로 나섰다가 이성열의 좌익수 왼쪽 적시타때 3-2로 달아나는 득점까지 뽑았다. 준족은 아니지만 거구를 이끌고 죽어라 달리는 표정에는 왕초보의 간절함이 배어났다.

9회말 이택근의 끝내기 상황도 박병호가 숨은 공신이었다. 극적으로 3-3 동점을 만든 두산은 연장 승부를 노리기 위해 정재훈을 투입했다. 2사 2,3루의 위기에 몰린 뒤 이택근의 타석. 두산은 후속타자 박병호가 부담스러운 나머지 이택근과의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가 준PO 통산 5번째 끝내기 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두산으로서는 '대기타석에서 박병호가 어른거리지 않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들 법한 통한의 안타였다.

1차전부터 박병호에게 당한 두산은 앞으로 박병호를 계속 경계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이는 앞으로 두산의 운명을 좌우할 관건이기도 하다.

이날 1차전 승리로 86.3%의 PO 진출 확률을 건진 넥센은 9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