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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발야구'의 원조다. '두산육상부'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 두산의 빠른 발이 상대방에게 묶이거나 판단 미스로 스스로 발목을 잡으면 경기가 매끄럽게 풀리지 않는다.
두산이 8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3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발야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두산은 4대3으로 졌다. 좌익수 7번 타자로 출전한 정수빈이 가장 아쉬운 장면이 많이 연출했다. 그의 방망이는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폭발했다. 하지만 발은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2회초 1사 1,3루에서 3루 주자 정수빈이 김재호의 포수 앞 번트에 홈과 3루 사이에서 걸려서 아웃되고 말았다. 정수빈의 리드 폭이 너무 컸고, 김재호의 번트가 포수 바로 앞에 떨어진 결과다.
정수빈은 2-2로 팽팽한 4회초인 2사에 2루타로 치고 출루했다. 하지만 양의지 타석 때 3루를 훔치다 허무하게 3루에서 태그아웃됐다. 2사 상황에서 무리해서 3루로 갈 필요가 없었다. 정수빈은 센스가 있고 발도 빠르지만 달아나는 한 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시도는 아니었다.
정수빈은 2-3으로 끌려간 7회말에도 상황 판단에서 실수를 했다. 1사에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한 후 대타 오재일의 중견수 뜬공 타구 판단을 잘못해 더블 아웃됐다. 오재일의 타구를 안타로 보고 스타트를 했다가 1루로 빨리 귀루하지 못했다. 두산이 1점을 쫓기고 있는 상황이라 정수빈의 마음이 급했다. 발은 앞으로 달릴 준비만 하고 있었다.
두산의 발야구가 살아나려면 기본적으로 발이 빠른 타자들이 출루를 해야 했다. 그런데 정수빈을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은 출루율이 저조했다. 이종욱이 3타수 무안타(1볼넷), 민병헌이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제대로 맘껏 달릴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6회 대타로 나온 오재원이 중전 안타 후 2루를 한 번 훔친 게 전부였다.
하늘도 두산을 도와주지 않았다. 이날은 경기 시작 전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그라운드가 비에 젖었다. 민병헌은 "비 때문에 땅이 무르다"고 했다. 땅이 푹신할 경우 도루 스타트를 끊는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넥센 1번 타자 서건창은 경기 전 "두산이 발야구의 원조다. 하지만 우리도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사인만 나오면 언제라도 뛰겠다"고 했다. 서건창은 1회초 내야안타를 친 후 2루를 홈치는데 성공했다. 목동=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